통합사관학교 추진을 육사 생도들이 반대하는 이유는[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6.06.19 06:01
생도들 열악한 지방으로 이전되는 걸 반대할 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육군사관학교(육사)를 찾아 사관생도들을 만났을 때 한 육사 생도가 안 장관에게 내뱉은 말 한마디다. 정부가 육·해·공군 통합 사관생도 선발 등 사관학교 개편 추진 방침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이 생도의 발언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군사관학교’(가칭)가 신설에 따라 육사 교정이 전남 장성군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소식에 지방으로 가기 싫다고 한 얘기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안 장관이 사관학교 발전 방안 등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육사를 방문해 교수와 훈육관, 사관생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소통간단회에서 국군사관학교 신설에 따른 지방 이전 방침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안 장관이 육사 생도들을 만나 군의 미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에서 포스텍(포항공대)을 예로 들면 인재가 몰려오는 ‘명품 사관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생도들 대부분이 지방 이전에 반대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가운데 육사만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는 1985년 서울에서 현재 위치한 충북 청주로 이전했다. 해군사관학교는 경남 진해에서 개교해 현재까지 자리잡고 있다.
입시 기관에 따르면 육사는 다른 사관학교에 비해 입시 성적이 높고 우수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 이런 배경은 ‘인서울 열풍’의 연장선으로 육사가 교육이나 생활 여건 등이 좋은 서울에 위치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방침에 육사 총동창회에도 강하고 반대하고 나섰다. 입장문을 내고 “객관적인 연구나 군사학적 검증,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진지한 소통을 결여한 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사 생도들은 물론 육사 총동창회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부로선 난처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육사 총동창회와 육사 생도들의 반대 입장 표명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사 총동창회는 육군 중심의 한국군에서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속내가 담긴 단체 행동이지만, 육사 생도들은 단지 학생 신분으로 열악한 지방으로 육사 교정이 이전되는 것이 싫을 뿐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육사 생도들은 아직 장교로 임관하지 않았고 군 생활도 해보지 않은 학생 신분에 불과해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반대하는 건 단순히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교육받기를 싫어하는 것”이라며 “육사 총동창회처럼 정치적 목소리가 아니다”고 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을 통합 선발한 후 1·2학년엔 함께 공통 교육을, 3·4학년엔 군을 선택해 군별 특화 전공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에서 사관학교 통합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계획한 것보다 실제 집행이 잘 돼야 한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해 국방부가 통합사관학교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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