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전
책임 떠넘기는 선관위원장, 감사위 독립도 무늬뿐
2026.06.19 08:28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격상된 때는 1960년이다. 3·15 부정선거와 같은 일을 막고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1960년 6월15일 공포·시행된 제3차 개정헌법에 선거관리를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중앙선거위원회’(각주1)를 신설하는 조항이 반영됐다. 이는 부정선거에 분노한 시민들이 일으킨 4·19 혁명의 성과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2026년 청년들이 ‘선관위 개혁’을 외치고 있다. 6월10일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통해 6·3 지방선거 때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요구한 대책(국회 국정조사, 책임자 처벌 등) 중 하나가 선관위의 구조 개혁이다.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인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핸드볼경기장 주변에 모여 진상 규명을 촉구한 시민들도 청년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론과 같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계속 선동하고 세뇌해서 세력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과 ‘어떻게 투표를 못할 수 있어?’라는 문제 제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며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준 청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초기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당파적 이해관계 문제로만 보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을 훼손한 문제로 보지 않은 거대 양당은 뒤늦게 움직였다. 6월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45일간 국정조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민주당은 6월10일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선관위는 그동안 정치적 편향성 논란(각주2), 일명 ‘소쿠리 투표’(각주3)로 대표되는 부실 투표 관리 문제,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자녀 특혜 채용 등이 불거졌을 때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그때마다 입법권을 쥔 국회는 손을 놨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전북도·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치러진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개표 결과를 잘못 입력하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선관위의 구조 개혁은 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구조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은 선관위원장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선관위는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이렇게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6년이다. 이 중 1명만 상임위원으로 두고, 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8명은 비상임이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선관위 전체 사무를 총괄하고 전체 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직위가 위원장인데, 비상임이다보니 선관위의 업무 전반을 상세히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로 인해 합의제 기구인 선관위의 의사결정이 상근하면서 사무처를 감독하는 상임위원 1명의 견해와 주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왔다.(각주4)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중 1명을 상임위원으로 뽑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관행이다.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지점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유지되는 호선 관행은 또 있다. 대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이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포함된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로 확립돼 있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어떻게 호선할지는 헌법에도, 선거관리위원회법에도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미비점을 파고든 것이 그와 같은 관행이다.
선관위가 하는 선거관리 사무는 그 성격상 사법작용이 아니라 행정작용, 즉 법이 정한 틀 안에서 구체적인 사무를 집행·관리하는 작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선관위를 상설적 운영이 필요한 행정적 조직으로 볼 수 있는 점, 비록 과거에는 관권선거가 광범위하게 자행돼 선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상징적으로라도 대법관의 위원장 겸직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선관위의 선거관리 사무가 양적·질적으로 계속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법관의 선관위원장직 겸직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시·도 선관위원장을 그 지역 법관(지방법원장, 고등법원 수석판사 등)이 겸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소 행정과 예산 집행, 조직 운영, 인사권 행사와 거리가 먼 일을 하는 법관이 선관위의 장을 맡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관위 일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몇몇 사람은 ‘선관위는 공직선거가 열리는 그해 몇 달만 바쁠 뿐’이라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 주민투표, 주민소환투표, 농업협동조합·수산업협동조합·산림조합 조합장과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선거(전국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선거는 2029년 11월 실시 예정), 대학총장 선거,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선거, 지방체육회장 선거, 중앙당 당대표 경선사무 관리 중 투·개표 사무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24년 2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중앙당, 국회의원 등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도 후원회 설립이 가능해졌어요. 우리나라 지방의원만 4천 명에 가깝습니다.(2026년 6월3일 기준 3968명) 지금 국회의원 300명을 상대로 후원회 설립 컨설팅을 하고, 1년에 두 번씩 제출하는 회계보고 자료를 검토하고, 자료 보완 요청을 하는 데도 일이 많아요. 이 사무를 처리하는 선관위 직원 수는 그대로인데, 일은 훨씬 더 많아졌어요.” 김규범 국가공무원노동조합(국공노) 선거관리위원회지부 위원장의 말이다. 선관위는 이 밖에 선거범죄 조사, 선거·시민 교육, 선거·정치제도 연구도 한다.
기관이 맡는 업무의 양이 많아지고 그 난도가 높아질수록 기관장이 져야 할 책임도 함께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선관위원장은 비상임이라 늘어난 책임을 실질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장용근 홍익대 교수(법학)는 “기관 관리감독 책임은 엄연히 기관장에게 있다. 선관위원장은 기관장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임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기 권한을 사무총장,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에게 사실상 다 넘기고 있다”며 “이런 무책임한 구조 안에서 지난 10년간(2013~2023년) 800건이 넘는 채용 비리(선관위에서 216건, 시·도 선관위에서 662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조직을 해체해도 모자랄 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대법관이 종일 앉아서 사건기록을 보고, 다른 대법관 또는 재판연구관과 토론하고, 판결문 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갈수록 늘고 있는 선관위 업무에 전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도 ‘선관위가 수행하는 집행 업무의 난도가 올라가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관위 업무의 효율성·책임성·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앙뿐만 아니라 시·도 및 군·시·구 선관위원장도 상근제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각주5) 이처럼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바꾸면 대법관의 겸직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현직 대법관을 선관위에 파견하지 않는 한 현직 대법관의 상근 위원장 겸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 임명 위원 또는 국회 선출 위원(사실상 정당 추천 위원)이 위원장으로 호선되는 경우 선관위의 중립성·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에 선관위는 2023년 내부에 연구 태스크포스팀(‘위원 상근화 등 제도개선 연구 태스크포스팀’)를 꾸려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마련한 적이 있다. 위원 9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상근하고 이 3명은 대통령 임명 1명, 국회 선출 1명, 대법원장 지명 1명으로 구성한다. 이어 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하여 상근하는 위원 3명을 교대로 위원장으로 호선하거나, 여야 합의로 선출된 위원을 위원장으로 한다.
위원장직 상근제 도입과 함께 선관위 개혁 방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외부 견제와 감시 강화다. 앞서 감사원은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처장의 자녀 특혜 채용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2023년 6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선관위를 상대로 직무감찰을 실시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그 감사가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헌재)에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25년 2월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상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선관위가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국회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수사기관의 수사, 탄핵심판제도 같은 외부적 통제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규칙’을 제정해 202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5급(사무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행위 등에 대한 감사 사건을 심의하는 감사위원회는 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은 외부 위원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금의 감사위원회가 사무처의 실질적 행정 책임자인 사무총장의 통제에서 완전히 독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감사위원회 위원 1명을 사무총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무처 소속 국장 중에서 선관위원장이 임명하고, 예산 집행도 사무처가 짜놓은 예산체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감사위원회가 독립된 심의기구 형식을 갖추었으나 행정적·재정적 측면에서 사무처와 일정한 연결고리가 있어 활동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 특별감사관 제도 도입으로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찰 기능 수행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각주6)
현 감사위원회의 법률기구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선관위가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운영한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2025년 12월 발간한 활동 결과 보고서에 “강화된 외부 견제·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외부의 지적을 해소할 수 있는 감사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재 규칙에 근거한 감사위원회의 법률기구화를 추진할 것을 제언한 바 있다. 국회가 법으로 감사위원회의 설치, 구성, 권한, 임기 등을 정하면 선관위가 스스로의 의사만으로 감사위원회를 없애거나 권한을 약화할 수가 없다. 특별위원회는 다만 독립적 감사기구의 법적 지위 보장과 선관위 사무의 독립성 유지 사이에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구조 개혁과 함께 실제 선거사무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실무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필요하다. 국공노와 국공노 선거관리위원회지부는 6월8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온전히 수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자체 성찰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실천에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현장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 선거 행정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현장의 과부하가 맞물려 발생한 안타까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6월3일 송파구 관내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한 시간대는 대략 오후 2~5시다. 그날 오후 1시45분 송파구선관위가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 500장을 불출하기 위해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부여를 문의했고, 4시46분 송파구선관위 사무국장이 서울시선관위 사무국장에게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알리며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미 4시30분에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일시 중단하고 대기 중인 선거인들에게 대기번호표를 발급하고 있었다.
“전국에 1만4천 곳이 넘는 투표소가 있는데, 투표용지 부족은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있었어요. 그때마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투표소에 예비용 투표용지를 신속하게 보내서 그동안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지방선거 투표용지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총선거와 달리 7장(시·도지사, 비례대표 시·도의원, 교육감, 시·도 의원, 구·시·군 의원, 비례대표 구·시·군 의원, 자치구·시·군의 장)이나 돼요. 그 많은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투표소에 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거죠. 그러면서 투표용지 송부가 지연됐어요. 처음부터 송파구 내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를 잘못했고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번에 송파구선관위가 사전투표를 제외한 본투표용지 인쇄비율 최하한을 50%로 안 하고 기존처럼 60%로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한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다.
김규범 선관위지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선관위별 상근 직원은 10명 안팎이에요. 송파구선관위 상근 인력은 13명인데, 이 13명이 송파구 내 투표소 146개를 책임져요. 그런데 선관위 직원이 투표소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미리 개표소에 가서 개표사무원과 참관인 교육도 해야 하고, 투표지 분류기 시험 운영도 해야 하고, 개표 업무를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동선도 확인해야 하고…. 일이 많아요. 적은 인원으로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오후 2~4시 그 피크타임(절정기)에 투표용지 배송 업무만 했거나, 아니면 직원이 10명 더 있었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이에 국공노와 국공노 선관위지부가 제안한 것이 △사전투표 때 활용하는 투표용지 발급기(현장에서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방식)를 본투표에 전면 도입하는 방안 △선거 때 지방공무원을 투·개표 사무원 등으로 동원하는 관행을 멈추고 선관위 상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 △본투표 당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연속으로 근무하는 노동환경 전면 개편이다.
1. ‘중앙선거위원회’라는 기관명은 1963년 12월17일 시행된 제5차 개정헌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 선관위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월2일 제5회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 펼침막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일,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선거운동에 사용한 ‘민생파탄’ 등의 표현을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한 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 2022년 3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때 선거사무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용지 일부를 투표함이 아닌 소쿠리나 종이상자 등에 담은 일을 가리킨다.
4. 박진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하여 최근 제기되는 문제점 분석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가천법학’ 제16권 제3호, 2023
5. 조문상,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김민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204502호) 검토보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25
6. 김나루,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에 관한 연구-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의 권한쟁의(2023헌라5)를 중심으로’, ‘헌법학연구’ 제32권 제1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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