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못 웃긴 '남편들', 넷플릭스 안목 이대로 괜찮아요? [OTT리뷰]
2026.06.19 09:02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미치도록 웃고 싶었다. 웃을 준비를 하고 재생 버튼을 누른 것이 무색하게 단 한 순간도 웃지 않았다. 웃기지 못한 ‘남편들’, 유죄다.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감독 박규태)은 범죄 조직에게 납치당한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얼떨결에 힘을 합친 전남편과 현남편의 예측불허 구출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액션 영화다. 영화 ‘육사오(6/45)’를 연출한 박규태 감독의 신작이며, 배우 진선규 공명 김지석 윤경호 이다희 강한나 전소민 등이 출연했다.
먼저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현남편 민석(공명)의 의기투합이라는 설정 자체는 제법 흥미롭다. 문제는 이 매력적인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도리어 스스로 걷어찼다는 것이다.
가장 큰 패착은 캐릭터 설정과 구도다. 캐릭터는 납작하고, 구도는 일차원적이다. 극을 이끌어야 할 두 남편은 뚜렷한 이유 없이 그저 서로에게 반목한다는 진부한 설정에 갇혀 있다. 여기에 얽힌 신종 마약 조직과 용강파의 대립 역시 기시감이 짙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범죄에 활용하는 신흥 세력과 주먹구구식 구시대적 방법을 고수하는 세력의 낡은 이분법 탓에 인물들은 각자의 디테일을 잃고 기능적으로만 소모된다.
코미디 영화로서 웃음의 타율도 처참하다. 철 지난 말장난과 작위적인 연기 톤으로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려 애쓰지만, 이미 눈이 높아진 관객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용강파 두목 용강(윤경호)의 이름을 영광으로 착각해 벌어지는 상황극은 가뜩이나 재미도 없는데, 무의미하게 반복되며 피로도만 높인다.
윤경호가 연기한 용강 캐릭터는 ‘남편들’이 지닌 코미디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쌍팔년도 조폭 코미디에서나 통했을 법한 비장하고 과장된 톤을 메인 코미디 요소로 밀어붙이는데 웃기지도 않고 불쾌감만 치솟는다. 얼토당토않은 상황과 대사로 웃음을 구걸하지만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후반부 냉동창고 시퀀스에 이르면 그 불쾌감은 절정에 다다른다. 충식과 민석이 서로의 얼굴에 씌워진 비닐을 벗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슬랩스틱은 배우들에게 연민이 생길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리수인 장면을 살려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다.
서사 구조마저 헐겁기 짝이 없다. 극의 핵심 동력인 AI 프로그램은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포장되지만 정작 어떤 기능 때문에 그토록 중요한지 최소한의 설명조차 생략돼 있다. 마약 조직 두목 도준(김지석)과 아내 혜란(이다희)이 납치극까지 벌여가며 이를 사수하려는 명분이 빈약하니 작품의 중심인 추격전에 대한 몰입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결말 또한 예상 범위를 단 한 뼘도 벗어나지 못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극한의 위기를 넘기며 과거의 갈등을 해결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는 결말은 너무나도 안일하다.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맛이며 비주얼이며 모든 부분에서 구태의연한 결과를 만들기가 더 힘들었을 텐데 ‘남편들’이 그걸 해냈다.
결과적으로 107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조차 버거울 정도로, 단 한순간도 웃지 못했다. 몇 번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안타까워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를 자신도 없었다. 분명 매력적인 설정과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이토록 빈약한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은 분명 뼈아픈 실책이다.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작품을 고르는 안목에도 진지하게 의문이 들 정도다. 콘텐츠의 양적 팽창에 취해 질적 완성도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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