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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 오방색 추상화…인간과 우주 연결해요”

2026.06.19 07:30

■민태홍 화백
운석 분말 소재로 우리 전통 오방색 표현
스페이스X 상장으로 독창적 작품 눈길
주한 외국공관과 해외 기관에 30점 기부
미국 경매서도 관심, 9월 베트남 전시회
“갈등의 시대, 화합의 메시지 전하고파”
민태홍 화백이 18일 경기 김포 고촌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운석 오방색 추상화를 통해 인간과 우주를 연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최근 미국 스페이스X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우주가 우리의 삶과 한층 가까워졌다. 이 회사는 위성 인터넷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앞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더 나아가 화성에 인간 정착촌을 건설하고 소행성 광물을 채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칼 세이건이 1980년 ‘코스모스’라는 역작을 통해 우주를 막연한 동경의 대상에서 벗어나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지 반세기 만에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에서도 2년 전부터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을 분말 형태로 활용해 캔버스에 추상화로 담아내는 작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하늘에서 빛나며 떨어지는 유성(별똥별)의 잔해인 운석은 우주에서 온 물질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 타지 않고 지표까지 도달한 ‘돌’이다.

민태홍 화백은 18일 경기도 김포 고촌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운석 분말을 추상화 소재로 활용해 ‘인간이 우주와 연결된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 전통 색채인 오방색을 과학적 소재를 결합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미국 미술 경매에서도 관심을 받는 추세”라며 “그동안 주한 외국 공관과 해외 기관에 30여 점의 작품을 기부하는 등 민간 공공외교에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원도 삼척 두메산골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뒤 1974년 상경했다. 이후 화실에 취직해 서울미술고 야간부를 다니며 한국화와 일본화 등 동양화를 그렸고, 2010년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살린 추상화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서울 친척집에 머물며 극장 간판 보조 등을 하다가 신문에서 ‘숙식 제공·화가 초보자 모집’이라는 화실 광고를 보고 동양화에 입문했지요. 약 2년을 배운 뒤 서울미술고 야간부에 들어갔고, 낮에는 일본에 수출하는 일본화를 그렸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작은 갤러리도 열고 일본 수출화와 저의 한국화도 팔았지만 별 관심을 끌지는 못 했습니다.”

민태홍 화백이 18일 경기 김포 고촌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작품 속 오방색과 추상적 이미지는 우주의 에너지와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그 뒤 그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다가 ‘우리 고유의 오방색으로 한국화 같은 추상화를 표현하겠다’고 결심하고 작품의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붓 대신 못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었고, 2011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러던 2024년 봄, 그는 우연히 세계운석협회 한국지부장으로부터 “작가님이 오방색 천지창조 추상화를 그리는데 직접 운석을 회화 작업에 활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이때 운석이 단순한 희귀 물질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징적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예술 재료로 승화시키게 됐다.

그의 작업 과정은 먼저 주제와 우주적 이미지를 구상하고 구도와 색채의 방향을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과 운석 분말을 섞어 여러 층의 색채와 추상적 형상을 쌓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공간과 빛을 표현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오방색과 빛의 흐름을 조화롭게 구성해 인간과 우주가 연결되는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는 “2010년부터 천지창조·자연·생명·인간의 내면세계를 주제로 오방색을 활용한 추상화를 그렸다. 천지창조 추상화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며 “이제는 운석 물질을 재료로 쓴다는 점에서 일반 추상화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전시, 문화예술 행사, 외교 관련 행사 등을 통해 소개돼 왔다. 중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주한 외국 공관과 해외 기관 등 30곳에 작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오는 9월 전후에는 베트남 티엔퐁그룹 주관으로 하노이에서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우리 전통 색채를 바탕으로 한 우주 추상화를 소개하면서 민간 공공외교에 나서는 셈이다.

민태홍 화백이 18일 경기 김포 고촌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베트남 하노이 전시회 계획을 설명하며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민 화백은 운석 추상화의 특징으로 우주 서사를 담은 독창성과 희소성을 꼽았다. 해외 미술시장에서는 작가의 재료와 개념, 이야기 구조를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우주 물질을 회화에 활용한 사례가 흔하지 않아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운석 추상화에 도전한 첫해인 2024년 미국 10대 옥션에서 100호 작품들이 2만~4만 달러에 팔렸다”며 “올해 세계 3대 옥션 중 하나인 뉴욕 본햄스에서는 5만 8800달러에 판매됐다. 앞으로 운석화를 기반으로 토큰증권(STO)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그의 노력이 인정을 받으며 지난달에는 경남대 석좌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민 화백은 “작품 속 오방색과 추상적 이미지는 우주의 에너지와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며 “인간이 우주의 일부이며 같은 근원을 가진 공동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도전정신을 갖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고민해야 한다. 예술은 새로운 상상력을 제시해야 한다”며 “운석을 보면서 국가·인종·종교 등의 경계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깨닫게 된다. 분열의 시대에 공존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우주의 시간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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