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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자율주행 시대와 박정희의 限時택시

2026.06.18 23:40

꽉 막힌 자율주행 택시 논의
17만 기사는 테크의 적일까
1979년 한시택시 타협안처럼
노동자의 퇴로 고민해야 할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 /AP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다녀온 지인은 일주일 내내 구글의 자율 주행 택시인 웨이모만 이용했다고 전했다. 웨이모 앱으로 불렀더니 6분 만에 숙소 앞에 무인 택시가 왔다. 목적지까지 예상 시간보다 5분 빨리 도착했다. 팁은 당연히 안 줘도 됐다. 그는 “인간 택시는 남의 차를 얻어 타는 느낌이라면 무인 택시 공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 같았다”며 “인간 택시보다 무인 택시가 열 배는 낫다”고 말했다.

무인 택시는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에 이미 등장했고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독일, 스페인도 조만간 도입한다. 일본이 구글과 무인 택시 허가를 논의 중이란 얘기를 일본 정치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도 시간 문제일 뿐, 머지않아 들어올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1월 ‘자율 주행 택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했다. 개인택시연합회 등 택시 단체 4곳과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갈등 탓에 제대로 된 논의는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무인 승용차만 구매하면 유료 상업 운행을 허용해 달라”는 테크 업계 주장에 “우리와 똑같이 택시 면허를 구매해 무인 택시 회사를 운영하라”며 개인택시 운전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중은 택시 운전사의 기득권 주장에 비판적이다. 17만명의 기득권자 때문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한국에 진입할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갈등은 깊어지고 타협안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한시(限時)택시’라는 게 있었다. 정식 명칭은 ‘시한부 택시 사업 면허’. 1979년 도입된 한시택시는 말 그대로 ‘시한부(최대 10년) 운행 후 택시면허가 소멸되는 차량’이다.

자동차라는 신기술이 처음 들이닥친 당시, 한국엔 지입(持入)택시라는 위법이 만연했다. 택시면허 없이 자동차를 소유한 운전사가 택시회사에 가입해 영업을 했다. 지입택시는 800만 인구 서울 시절 ‘교통 지옥’의 주요 원인이었다. 택시·버스가 부족할 때, 지입택시는 합승 강요는 물론이고 한밤중엔 택시 문을 잠가 놓고 따따블 승객만 골라받았다. 밤 10시 종로에선 손가락을 두세 개 펴지 않으면 택시 잡기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은 ‘불법 지입택시 금지’라는 강경 입장이었다가 일종의 타협안으로 한시택시를 내놨다. 전재산이자 생계 수단인 ‘차량 1대와 지입택시 운행’을 지키려는 1만4000여 운전기사의 극렬 저항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시택시는 ’10년 시한부‘를 내건 대신 특혜를 줬다. 부가가치세·방위세 등 세금은 일반 택시의 3분의 1, 영업 일수는 개인 택시(한 달 20일)보다 긴 27일이었다. 다른 운전자를 고용해 운행할 수도 있었다. ‘전재산과 생계권’은 10년 뒤 사라질 테니, 그동안 손해를 만회하란 논리였다. 이후 투기와 연장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1989년 한시택시 제도는 종료됐다.

한시택시는 당시 2차 석유파동과 정국 혼란을 피하려는 정권의 꼼수였다는 비판도 있지만, 지입택시 노동자의 퇴로를 열어준 것도 사실이다. 당시 ‘택시 기득권’이던 지입택시 기사의 삶은 고단했다. 하루 20시간씩 50여 회 손님을 태우고 450㎞를 운전해 월 15일(격일제) 일했다. 교통 지옥을 만든 불법 택시이긴 했지만 그 모두를 악인으로 몰 순 없다.

자율주행 택시 시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 1억원에 택시 면허를 산 17만 개인택시 기사들이 ‘테크놀로지의 적’일까.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엔 변호사·회계사·배우·성우, 기자조차 테크놀로지가 대체할지 모른다. 누구나 언젠가 기술 발전 앞에서 기득권이자 방해 세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테크놀로지를 인간 편으로 끌어들이고, 한시택시처럼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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