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주식 투자 동아리’가 처음 문을 열었다. 20명 안팎의 학생이 3~5명씩 팀을 꾸려 종목 5개를 선정한 뒤 1000만원의 가상 자금을 운용하는 모의투자를 진행했다.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종목을 선택한 이유와 투자 전략을 자료로 만들어 발표도 했다. 지난 1년간 3등 팀은 51.2%, 2등 팀은 79.4%, 1등 팀은 8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체 시상식까지 열었다. 동아리를 운영 중인 이정민(가명) 교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예상보다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았고, 상당수 팀이 5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해 놀랐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 마감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마감했다. 공동취재=뉴스1
코스피가 9000선을 넘는 증시 호황을 타고 주식 투자에 직접 뛰어드는 1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수익률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10대가 가장 높았다. 18일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1~5월 기준 잔고 100만원 이상 고객의 투자 수익률을 연령별로 집계한 결과다.
10대 수익률은 46.94%로 전 연령대를 압도했다. 이어 50대(41.5%), 60대 이상(40.96%), 40대(38.73%), 0~9세(38.13%), 20대(33.69%), 30대(31.46%) 순이었다. 특히 증여 목적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0~9세 계좌보다 직접 투자 성격이 강한 10대 계좌의 수익률이 약 9%포인트 높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성년자 계좌가 사실상 증여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기업 실적과 산업 동향을 분석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투자 경험 자체가 금융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계좌 증가세도 미성년층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0~9세 계좌는 올 1~5월 11만4709개가 새로 개설됐다. 지난해 말 대비 44.6%나 늘었다. 10대 계좌도 12만2256개 늘어 31.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0대(19.0%), 30대(12.1%), 40대(11.4%), 50대(13.0%), 60대 이상(9.7%) 등 모든 성인 연령층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10대 계좌 수는 지난해 말 38만5441개에서 올 5월 말 50만7697개로 늘어나며 처음 50만 개를 넘어섰다. 미성년자들의 투자 참여가 성인층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었다.
금융당국의 시각도 달라졌다. 과거 청소년의 주식 투자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던 것에서 벗어나 금융투자 기초지식부터 자산 관리, 투자 위험성까지 이른 시기부터 교육하는 게 맞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싣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논의한 ‘자본시장·금융투자 분야 금융교육 강화방안’에는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금융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초등학생 대상 ‘FSS 어린이 금융스쿨’과 중학생 대상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선 어릴 때부터 투자의 의미와 투자전략의 필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 증권사가 만 14~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금융당국의 법적 검토가 시작되면서 나흘 만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던 것과 달리, 청소년 투자와 금융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다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모의 금융 자산과 지식, 투자 경험이 자녀에게 세습되며 ‘부의 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처럼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단기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도 크다. 이에 경제·금융교육을 중·고교 정규 교육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중학교에서는 경제를 독립 과목이 아닌 사회 교과의 일부로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도 선택과목으로 운영돼 경제·금융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라며 “경제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 호황에 편승해 투자 경험만 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