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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침해 규탄’ 명분 앞에서… ‘개표소 시위’ 섣불리 대응 못하는 경찰

2026.06.18 19:17

주최자 없어 시위 성격도 모호
“정부나 정당이 나서야” 목소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잠실 개표소 시위는 참정권 침해 규탄이라는 명분 아래 주최자 없이 자발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집회·시위와 다른 양상을 띤다. 경찰이 시위 초반 일부 참가자의 강요·폭행 등 일탈 행위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도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집회라는 점이 일부 작용했다. 최근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그 외 상황에는 섣불리 강경 대응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2주째 이어졌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올림픽공원에 모인 인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약 25%로 가장 많았다. 평일 시위 현장에선 경기장 안에 보관된 투표함이 부정선거의 증거라는 ‘부정선거론’ 목소리가 도드라진다. 전날에는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다 자해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송파경찰서는 해당 남성을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시위로 업무가 마비된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경기장 내 사무실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경찰이 진입을 위한 명확한 조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회 내부에서는 ‘경찰이 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데 시위대와 대화로만 해결하려 해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이 ‘길 터주기’ 등 물리적 조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시위의 성격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다중운집 상황으로 볼지, 미신고 집회·시위로 볼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초반에는 다중운집에 가까웠지만 평일에도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일치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만큼 미신고 시위로 볼 여지도 크다.

미신고 시위에 대해선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해산을 위한 물리력 행사는 그동안 엄격히 제한됐다. 시위 주최자나 질서유지인이 없어 사전 신고 의무를 지울 수 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시위가 집회시위법이 금지하는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해당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자발적 참여자들이고 평화롭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도 “선거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 재선거를 요구한다는 명분을 고려하면 경찰이 곧바로 집시법 위반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를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형법상 불법 행위에는 엄중히 대응하고, 대한체육회의 사무를 위한 진입 등은 정부나 정당이 나서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선관위도 참정권 훼손 문제에 대해 더 분명한 입장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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