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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어려워 기부는 못해도 장기기증은 꼭”…약속 지킨 내 남편..“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어”

2026.06.19 05:09

기증자 신봉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어려운 형편에 기부를 제대로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장기기증만큼은 하고 가자’고 아내와 약속했던 60대 통근버스 기사 남편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었다.

1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월 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신봉석(65)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폐, 신장(양쪽)을 기증해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신 씨는 4월 3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신 씨의 아내는 평소 남편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아내는 “형편이 어려워 기부는 제대로 못하고 살았지만, 여건이 되면 장기기증만큼은 하고 가자,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이야기를 남편과 자주 했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신 씨는 젊은 시절 건설회사에 다니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학원 차량과 통근버스를 몰며 30년간 운수업에 종사했다. 한 번도 회사에 결근한 적이 없을 만큼 책임감이 강했고 일과 가정밖에 모르는 성실한 남편이었다. 30년 넘게 아내와 살면서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아내가 실수해도 화내는 법 없이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몸이 안 좋은 장인과 장모를 6~7년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주말마다 찾아갔다. 아내는 “처갓집에 그렇게 마음을 다해서 하기가 쉽지 않은데, 착하고 좋은 사람이 떠나서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신 씨의 낙은 가끔 떠나는 낚시 여행, 반려견과의 산책이 전부였다. 평생 사진 한 장, 추억 하나 변변히 남길 새 없이 바쁘게 살아온 부부는 은퇴 뒤 발 닿는 대로 함께 여행 다니며 남은 생을 보내자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준비 없이 이렇게 갈 줄 몰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우리 신랑 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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