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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인 (10) 본가로 피신한 장 병장, 어머니 무속신앙 맞서 기도 대결

2026.06.19 03:05

유교 불교 샤머니즘이 섞인
어머니의 기도 듣던 장 병장
성령 충만 기도로 ‘조용한 반기’
막내 여동생 전도해 교회 출석도
이재인(왼쪽)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이 1960년대 충남 예산군 고향 집 마루에서 부모, 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다.

우리 어머님은 매일 장독대 위에 맑은 물 사발을 올려놓고 빌었다. 당시 시골에서는 그런 식으로 막연하게 조상신이나 불명료한 천지신명에게 비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머님도 유교와 불교가 샤머니즘으로 ‘짬뽕’된 형태의 무속신앙을 믿는 분이었다. 당신의 주님(?)인 유교 불교 샤먼이 결합한 신에게 매일 소원 기도를 한다는 소식을 우리 집에 머물던 장정숙 병장이 베트남 진중까지 전해왔다. 이런 우리 어머님에게 질세라 장 병장은 성령 충만 기도 또한 정열적으로 했다. 이렇게 집 안에서 어머니와 장 병장의 기도 대결은 조용히 진행됐다.

장 병장의 소식에 의하면 어머님의 기도는 아래와 같았다.

“관세음보살님, 조왕신 대감님, 삼신 할머님. 우리 집과 자손들의 앞날을 일으켜 주시오. 우리 집은 시집올 때부터 가난뱅이였시요. 나의 냄편은 그의 형제 세 사람이 공산당에 들었다고 쑥덕거리고 동리 사람들이 손가락질받는 억울함 속에 있나이다. 나의 용왕님, 나의 산신님이시여. 우리 집에 낯선 처녀가 갑작스레 나타나 왔는디 예수신을 우리 집에 퍼뜨리는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해야 하는지 속 시원히 갈쳐 주시요. 이 츠녀애가 우리 집 며느리가 되지 않게 해유. 우리 집은 예수신이 오면 신들 싸움에 등골이 빠질텐디, 웬수가 따로 움씨유. 남의 집 말만큼 큰 애기를 다리 분질러 놓았다간 패가망신할테닝께로 어서 츠녀애가 귀찮게 믿으라는 예수신을 쫓아내 주시면 가을 농사 짓거들랑 벼 두어 말 무당댁에다 가져다 바치겠시유. 대감님, 지발 약조가 지켜지게 해 주시유. 나무관세음보살 삼신님.”

장 병장은 자기 집에서 예수님을 믿는다고 쫓겨 온 주제였지만, 그때를 우리 집의 ‘짬뽕 종교’에 찬물을 끼얹을 기회로 삼았다고 후일 결혼 후에 고백했다. 내 형제 중 약한 고리인 막내 여동생이 장 병장의 전도 타깃이 됐다. 그는 여동생이 면내의 중학교에 진학도록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러자 고마움에 대한 답으로 여동생이 교회에 출석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나는 당시 침례교인 출신이었지만 장 병장은 강화의 길상면 온수리 감리교회 출석 교인이었다. 장 병장이 감리교로 동생을 인도했다. 내 여동생은 이후 그 교회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어쨌든 장 병장은 우리 집에서 샤머니즘 신봉자를 무너뜨리는 둑의 역할을 해줬다.

집에서 쫓겨나 미래도 불확실한 남자네 집에 피신해 기거하면서 밤길 공동묘지를 넘어서 교회에 다니는 그러한 열심이 여동생을 전도시켰다. 여동생을 시작으로 ‘짬뽕교’를 믿던 우리 집은 하나둘씩 변하기 시작했다. 한 달만 기숙하기로 했던 장 병장은 어느덧 두 달을 머물렀다. 그리고 예수를 믿어 쫓겨났던 장 병장은 내 고향 집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씨앗을 심고는 떠났다. 훌훌 떠나더라고 동생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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