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몸값 100억원 걸었다"…北 김정은의 '자금세탁기' 정체는

미국 당국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와 정권에 불법 자금을 대는 ‘어둠의 은행가’ 조직의 핵심 인물인 심현섭(42) 등에게 700만 달러(약 101억 2000만원)의현상금을 내걸었다. 심을 비롯한 이들이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 등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자금 세탁해 현금화한 뒤 북한 정권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 보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미 법무부의 기소장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해외에서 북한 정권의 불법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어둠의 은행가’는 50명 이상이다.
북한의 외화벌이는 신분을 위장한 수천명의 북한 IT 노동자들과 해커들을 통해 이뤄진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해마다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렇게 벌어들인 불법자금을 북한과의 연계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미국의 금융규제를 피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심현섭 같은 은행가들이 등장한다.
이 중 ‘심 알리’ 또는 ‘심 하진’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주로 중동 국가에서 활동한 심현섭의 주요 임무는 해외에서 김정은 일가를 위한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일이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북한 대외무역은행 계열사 대표로 해외에 파견돼 쿠웨이트와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활동했다. 2019년 탈북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그 곳에서 심을 10번 이상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류 전 대사대리에게 자금세탁 수법을 설명해줬다. 먼저 북한 IT 노동자들과 가상화폐 해커들이 수익을 가상화폐 형태로 심에게 송금한다. 이후 심이나 그 측근들은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여러 디지털 지갑을 거친 가상화폐를 아랍에미리트(UAE)나 중국 등에 있는 브로커에게 보낸다.
가상화폐를 받은 브로커는 이를 현금화해 위장 회사의 은행계좌로 이체하는데, 심이 이를 활용해 북한 정권을 위한 물품들을 구매한다.북한 정권과 심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돈이 북한 정권을 직접 거치지 않게 돼 제재를 피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이 이동시킨 자금 상당수는 미국 금융 시스템을 거쳤다. 기소장과 법원 문서 등에 따르면 심의 한 차례 공작 과정에서 시티·JP모건·웰스파고 등 미 은행 기관을 통해 처리된 금융거래는 310건, 7400만 달러에 달했다.
심은 이같이 세탁한 자금을 활용해 김정은 정권을 위한 물품 구입에도 직접 나섰다. WSJ에 따르면 심이 북한 정권을 위해 구매한 물품은 말보로 등 유명 브랜드의 위조 담배 제조에 필요한 담배 원료부터 통신장비, 심지어 헬리콥터에 이른다. 가짜 ‘말보로’ 담배 제조를 위해 잎담배를 사들이는 데 100달러 지폐로 8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한 적도 있다.

그 대가로 심은 호화생활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대사대리는“심은 중동 지역에서 ‘자금세탁을 잘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며 “두바이를 방문하면 심이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심은 2022년 UAE에서 추방돼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현재로선 그를 체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 재무부가 2023년 그를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리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700만 달러에 달하는 현상금을 내걸었지만, 중국 당국은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데일리안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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