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손실보전 '원가+적정마진'으로…업계 '3~4조' 요구 못 미칠 듯
2026.06.18 17:22
업계, 60일 이내 손실보전 신청…최고액 정산위원회 판단 관건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보전 기준을 '원가+적정마진' 방식으로 확정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을 요구해 온 업계 주장과는 달리 실제 투입 원가를 중심으로 산정하되 일정 수준의 마진만 반영하기로 했다.
업계가 제시한 3~4조원 규모 손실 추산은 MOPS 기준에 따른 것으로, 정부 산정 방식과 차이가 있어 실제 보전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통상부는 18일 이런 내용의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 제정안을 10일간 행정예고했다.
석유사업법은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이나 최저가격을 지정해 사업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고시는 손실보전 대상과 산정 방식, 신청 절차, 심의기구 운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이날 관련 브리핑에 나선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실제로 지출된 비용은 다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원가는 석유정제업자별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적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평균적인 비용을 활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유업계에서 주장하는 'MOPS' 반영 여부에 대해선 "MOPS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고, 정부안은 실제 방생한 원가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며 "정유사들이 희망했던 MOPS 가격은 이번 산정 기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유업계와 차이를 보이는 손실보전 규모와 관련해서도 "정유업계가 추산하는 3조~4조 원 규모는 MOPS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으로는 그 정도 규모의 손실보전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확보한 4조2000억 원 규모의 재원으로 손실보전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실장은 "업계는 더 많은 이윤을 바라는 게 당연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정부와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을 통해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손실보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원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산업부 장관이 결정하며, 단순히 원가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유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적정 마진'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국제 시세나 시장가격이 아니라 실제 생산·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중심으로 손실 규모를 계산하겠다는 의미다.
손실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 등'에는 최고가격 적용기간 동안 발생한 다양한 비용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원유 및 석유제품 구매 비용 △운송비 △보험료 △기타 부대비용 등 원유 도입에 들어간 비용이 반영된다. △감가상각비 △인건비 △연료비 △국내 유통비 등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정유사별 실제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필요할 경우 업계 평균 비용 등을 활용해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손실보전금은 분기 단위로 정산된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최초 최고가격 지정일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 포함된 달의 말일까지를 첫 번째 정산기간으로 설정한다.
정유사는 각 정산기간이 끝난 뒤 60일 이내에 손실보전을 신청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신청 기한은 최대 30일까지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손실 규모와 지원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운영한다. 위원회는 회계·법률·석유시장 분야 전문가와 정부위원 등 20명 이내로 구성한다.
위원회는 △원가 산정의 적정성 △적정 마진 수준 결정 △제출 서류 검증 △손실보전금 지급 여부 △최종 지급액 규모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손실보전금 산정과 지급의 최종 검증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정유사들은 통상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인 MOPS(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를 기준으로 수익성과 손실을 평가해 왔다.
업계는 단순히 실제 비용만 보전할 경우 시장가격과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제 가격 기준이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중동전쟁 기간 동안 고통 분담 차원에서 중질유를 사들여와 시설투자를 하고, 비용 절감을 하는데 애썼다"면서 "정부가 얘기하는 원가 기준 손실보전만으로는 중동전쟁 기간 동안 발생한 피해를 원상복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향후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어느 수준까지 국제가격과 마진을 인정할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10일간 행정예고를 실시한 뒤 규정을 확정하고,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손실보전 절차를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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