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공식 바꾼 앤스로픽 사태…'정치 리스크'가 새 변수
2026.06.18 16:30
IPO 앞둔 앤스로픽·오픈AI, 가치평가 부담↑
中·유럽 반사이익…기술 주권 경쟁 본격화[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차단한 조치가 AI 투자 공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업 가치 평가에서 지정학·정치적 리스크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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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파트너 바비 몰라비는 “프론티어 AI는 국가 감독 전략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접근 제한을 위한 일종의 킬 스위치(작동 중단 장치)가 사용된 사례”라고 규정했다. 그는 AI 모델 제공업체들이 결국 ‘소비자·기업·국가 보조 방산 계약업체의 복합체’로 귀결될 것인지가 주식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이 됐다고 짚었다.
“AI 성장 스토리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
로젠블랫증권 애널리스트 바턴 크로켓은 이번 사건이 “AI 성장 스토리 전체에 명백한 파괴적 위험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프론티어 모델의 미래 발전이 안보 분야 일각에 의해 불안전하게 여겨져 정부의 제동이 걸리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수년간 AI 훈련에 쓰이는 반도체 수출을 규제해왔지만, 이번에 모델 자체의 접근 제한으로 개입 범위를 넓힌 것은 차원이 다른 신호라는 평가다. 제재가 예고 없이 가해질 경우, 모델 이용 가능성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돌발 운영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당장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다. 앤스로픽 상장 전 주식(프리 IPO)을 추종하는 하이퍼리퀴드 프록시 계약이 약 3.7% 하락한 것 외에, AI 투자심리는 여전히 극도의 강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 급락했던 반도체 주가가 반등했고, 이란 전쟁 관련 합의가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앤스로픽 IPO 리스크로 직결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스로픽에는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스로픽은 이미 클로드(Claude) 모델이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 구동을 거부한 후 미 국방부 공급망 위험 목록에 올라 있다. 기업 가치 약 9650억 달러(약 1475조원)로 알려진 IPO를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픈AI도 기업공개를 검토 중인 만큼, AI 프론티어 기업에 지분을 보유하거나 계약을 맺은 빅테크 전반,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7)’에도 이 정치적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즉각 공세, 유럽은 기술 자립 선언
지정학적 균열은 경쟁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AI 기업 즈푸(Zhipu)는 앤스로픽의 접근 차단 직후 역대 가장 앞선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했고, 주가는 지난 15일 33% 급등했다. 딥시크(DeepSeek)는 최신 모델 가격을 영구적으로 75% 인하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도 움직였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미 정부의 지난 12일 조치를 “AI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한 증거”라고 규정하며,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산 대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AI 경쟁자 미스트랄 AI는 기업 가치를 약 200억 유로(약 35조2074억원)로 끌어올리는 펀딩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자금력의 격차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다. 미스트랄의 누적 자금 조달 규모는 약 40억 달러로, 오픈AI(약 1860억 달러)나 앤스로픽(약 1610억 달러)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미스트랄의 ‘소버린(sovereign·주권형)’ 스택조차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에서 학습되고 엔비디아 칩으로 구동된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앤스로픽은 접근 제한 해제를 위해 미 정부와 협상 중이다. 탈옥(jailbreak·AI 안전 장치 우회) 우려가 제한적이라는 회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몇 주 내 접근이 복원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미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누가 최고의 모델을 갖느냐’는 이제 기업이 아닌 정부가 내리는 결정이 됐다는 것이다. 향후 변수는 앤스로픽의 협상 결과와 함께 이 선례가 다른 AI 기업들, 특히 IPO를 앞둔 오픈AI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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