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린 놈의 XX' 발언, 모욕죄 아냐"…파기환송
2026.06.18 15:01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어린 놈의 XX"라는 발언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어린놈의 새끼"라고 말한 발언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22년 6월 아파트 지하 1층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B씨에게 "야, 야, 친구냐? 어린 놈의 XX가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말해 공연히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파트 선거관리 위원이던 A씨는 B씨가 입주자 대표 회의 회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진행을 저지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B씨와 다른 입주민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고, B씨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주민에게 반말을 하자 A씨는 이를 제지하며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가 경미하지만 유죄는 인정될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다. 원심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A씨가 발언한 경위에는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 감정 침해 여부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무례하거나 부정적 의견·감정을 나타낸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욕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분리된 개별적 언사만을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표현의 내용과 맥락, 우발성, 과장 여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최후적·보충적 규제 수단인 국가 형벌권 행사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pmk145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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