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사용자성 논란 여전…산업계 제도 보완 요구
2026.06.18 14:52
경영계 "안전관리 의무 이행이 사용자성 근거로 활용"
자동차·건설·조선업계 "교섭 부담·불확실성 확대" 우려
정부 "해석지침·상생교섭 매뉴얼 통해 현장 갈등 최소화"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국내 산업 현장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와 전문가들이 제도 보완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제기했다. 특히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수록 오히려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어 노사 갈등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주최한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토론회에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불명확성이 산업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관여해야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법은 근로계약 체결 주체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지만, 경영계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통상적인 도급 계약까지 교섭 의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과 인력 운영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교섭 책임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당국도 이들 기업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상태다.
황용현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실질적·구체적 지배·개입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원청이 산업안전 관련 법령을 성실히 준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잘 지킬수록 교섭 등 법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청의 법령상 의무와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안전관리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상훈 대한건설협회 실장은 "안전관리 의무는 국가가 법률로 강제한 공익적 책임인데 이를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며 "안전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수록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 대응을 위한 휴게시설 제공이나 안전물품 지급조차 향후 사용자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는 노사관계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했다. 김주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산업은 부품 하나만 차질이 생겨도 전체 생산이 중단되는 구조"라며 "원청 노조와의 임단협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인데 하청 노조까지 교섭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연중 노사 문제에 매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관세와 중국 전기차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불안정성이 확대되면 투자와 미래차 전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산업안전 이슈가 포함되면 사실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산업안전위원회 등 논의 기구가 있음에도 단체교섭 대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하청 상생 프로그램이나 복지 지원까지 사용자성 판단 요소로 활용될 경우 지원 축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강승헌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과장은 "정부는 시행령·상생교섭절차 매뉴얼·해석지침 등을 통해 제도 안착과 현장 갈등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현장 혼란을 부추기는 노란봉투법의 보완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등 노동정책의 전면적인 기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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