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2026.06.18 13:15
[신간] '책은 죽지 않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책은 죽지 않는다'는 기억에서 사라진 책까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떠받쳐왔는지 되짚으며 책의 생명력을 다시 묻는다.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서점과 책을 오랫동안 기록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의 독서, 문 닫는 서점의 풍경, 한국 독자와의 인연을 한 권에 묶었다.
기억에서 흐려진 책은 정말 사라진 것인가. 저자는 책은 일이 잘 풀릴 때도 힘든 일을 겪을 때도 곁에 남아 있었다는 자전적 감각을 앞세워, 한 사람을 만든 것은 눈에 띄는 몇 권이 아니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책이었다고 밀어붙인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만난 전차 도서관과 여덟 살에 낸 첫 책에서 시작해 서점에서 밤을 지새우던 시간으로 이어진다. 읽고 쓰고 만들고 사두고 쌓아둔 책의 이력이 개인의 성장사와 겹치며, 책장은 기억의 목록이자 삶의 흔적으로 다시 호출된다.
책이 붙드는 장면은 개인의 독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10년 전 한국 독자들과의 도쿄 서점 여행,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고 나가는 손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을 닫는 서점의 풍경이 차례로 놓이며 책과 서점이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왜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만들고 읽고 파는가, 왜 어떤 이들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도 작은 서점을 여는가를 거듭 묻는다. 책을 단순한 상품으로 다루는 시선과 인간다움을 지키는 장소로 바라보는 시선이 맞부딪히며, 서점과 책의 존재 이유가 다시 선명해진다.
이번 책은 일본에서 먼저 나온 책을 옮긴 번역본이 아니라 한국 독자를 겨냥해 처음부터 새로 기획한 오리지널 한국어판이다. 부록에는 전주 동네책방 '잘익은언어들'의 이지선 대표와 주고받은 문답,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의 글이 함께 실려 한국 독자와 이어온 시간도 책의 일부로 묶였다.
제작 과정도 책의 주제와 맞물린다. 저자와 편집자는 약 2년 동안 20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기획과 집필, 검토를 이어갔고,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의 의사소통과 원고 점검에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했다.
다만 결과를 기술에 맡기지 않았다는 점을 책은 분명히 드러낸다. 로버트 파우저와 다카세 미나가 문장 단위로 검수와 교차 검수를 맡았고, 저자도 한국어 본문 파일과 레이아웃 요소를 단계마다 직접 확인해 번역과 편집의 안전장치를 겹겹이 세웠다.
책의 바깥에서도 이 순환은 이어진다. '잘익은언어들'이 공식 출간 전 100권을 선주문해 독자 100명을 찾는 캠페인을 시작한 사례처럼,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책과 책방, 독자로 이어지는 연결을 붙든다. 결국 '책은 죽지 않는다'가 남기는 질문은 단순한 애서의 고백이 아니라 책이 한 사람의 삶과 동네의 서가 안에서 어떻게 계속 살아남는가에 가깝다.
△ '책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혜화1117 편집부 옮김/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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