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오산미니어처빌리지
2026.06.18 13:28
경기도에 재미난 마을이 있다. 오산시 북삼미로 12에 자리한 오산미니어처빌리지는 국내 최초의 실내형 미니어처 전시관이다. 3천521㎡에 달하는 드넓은 실내 공간에 펼쳐지는 오산미니어처빌리지는 사람과 집과 마을을 87분의 1로 축소해 연출한 ‘작은 세상’이다. 한국관과 세계관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을 비롯해 3D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서클 영상관’과 미니어처 전문 제작 공방 ‘미니 팩토리’ 및 교육 공간 ‘미니 스튜디오’까지 갖춘 작은 공화국이다. 상상을 미니어처로 실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다.
■ 정조의 꿈을 따라 역사를 잇고 세상을 잇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와 관광 명소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정교하게 축소한 오산미니어처빌리지(관장 김해성)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소인국을 방문한 ‘걸리버’가 된다. 사물을 87분의 1로 축소했으나 손톱만 한 인형의 옷 주름까지 표현할 수 있다. 120여년 전 철도 모형 시장에서 1 대 43.5 비율이 표준이었지만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절반인 1 대 87이 됐다. 1 대 87은 인간이 눈으로 정교함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이자 실내에 거대한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이다. “오산미니어처빌리지는 대한민국과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교육의 공간입니다.”
이 흥미로운 공간을 대한민국 부산에서 출발하는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따라 탐험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상설전시실에서 ‘백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 정조대왕과 마주한다.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위해 행한 8일간 화성 행차를 꼼꼼하게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와 8폭의 병풍 그림을 따라 230년 전 18세기 조선에 들어선다.
생생하게 움직이는 그림 속에서 정조대왕과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찾아본다. 노인과 결손가정, 가난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챙긴 정조의 마음을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시간여행에서 초가와 기와집이 어울린 조선의 풍경과 마주한다.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웰컴 투 조선’에서 만난 재미난 풍경은 인천공항을 본뜬 ‘정조공항’이다.
수원화성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면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상한 모던보이’의 무대는 20세기 초반의 한국과 중국이다. 놀랍게도 이 시대의 주인공은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다. 일제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주권 회복과 자유를 위해 투쟁한 독립투사를 배치해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을 배우게 한 구성이 멋지다. 앞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니 건물이 폭파된다. 이 지역 출신인 김문기 선생 등 독립투사들이 1945년 7월24일 친일파들이 모인 서울 부민관을 폭파한 역사를 재현한 것이다. 철도로 곡식과 자원을 수탈해 가는 일본군의 모습,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제에 저항하던 독립투사의 모습을 통해 식민지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 1950년 6월25일 일어난 6·25전쟁의 참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스미스를 찾아서’는 6·25전쟁에 참전해 오산 죽미령에서 최초로 북한군과 전투를 벌인 스미스 부대의 활동을 통해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희망을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다.
■ 그땐, 그랬지
1970년대 경부고속도를 건설하는 장면이다. 그 옆에 공사를 반대하는 데모대의 행렬을 배치해 그 시대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판잣집으로 야트막한 산 하나를 가득 채운 달동네가 보인다. ‘그땐, 그랬지’는 가난하지만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눴던 시절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부산역이다. 유라시아 횡단열차의 시작점인 부산역에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움직이는 평화 원정대의 모습과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한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을 발견한다. 비로소 우리가 서 있는 오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굿모닝! 오산’은 문화도시로 거듭 변신하고 있는 오늘의 오산을 경쾌하게 펼쳐 보여준다. 생태 회복의 현장인 오산천 주변과 오산의 대표 관광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의 여유로운 모습이 생생하다.
■ 함께 만드는 평화와 번영의 나라 대한민국
2026년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서울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광화문광장의 수문장 교대식이 서울의 옛과 오늘을 잘 보여준다. 교통의 중심 서울역에서 평양역으로 출발하는 평화 원정대의 여정이 시작된다. 역시 남북은 대결을 멈추고 서로 협력해야 할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한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다.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입니다.” 평양에 도착한 평화 원정대가 보이고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이 보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펼쳐지는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중국의 여러 풍물 중에서도 만리장성과 거대한 ‘낙산대불’이 가장 눈에 띈다. 주요 관광지를 잇는 운하가 흐르는 전통 마을의 춘절 풍경, 하얼빈 빙설축제의 현장을 실감이 나게 연출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횡단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터전을 잡은 고려인 마을의 추석 풍경을 감상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땀과 눈물을 쏟은 ‘카레이스키’ 고려인들의 절절한 삶과 애환이 느껴진다. 이국땅에서 우리 문화와 전통을 이어온 고려인들의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겨울 공화국 러시아로 들어선다. 폭설에 묻힌 러시아의 이국적 풍경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라 더욱 반갑다. 발레 공연장의 흥겨움이 전해지는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대성당과 볼쇼이 극장도 반갑다. 꽁꽁 언 겨울 호수에서의 발레 공연과 하얀 설원에서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제 ‘발트 3국’이다. 발트해 남동 해안에 자리 잡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노래와 춤의 축전으로 자신들의 전통과 정체성을 잇는다. 620㎞에 이르는 거대한 인간 띠를 만들어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발트 3국의 공통 바람은 평화로 집결된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 독일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있다. 디즈니의 모티브가 됐다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의 환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장면도 감동적이다.
흥겨운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즐기는 독일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자유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프랑스 파리의 명소 몽마르트르 언덕길이 코앞에 있다. 예술가의 천국 프랑스를 찾으면 사크레쾨르 대성당부터 들러야 한다. 개선문이 보이는 파리의 거리 풍경이 활기차다. 튤립과 풍차가 보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점에 도착해 환호하는 평화 원정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케이팝에 맞춰 플래시몹을 즐기는 사람들의 흥겨운 몸짓에 어깨가 들썩인다.
■ 미래를 상상하는 작은 세상
스크린과 만화 속에서 활약하던 전설적인 캐릭터들을 정교한 디테일로 구현해 낸 작품이 즐비한 ‘피규어 뮤지엄’도 볼거리가 많다. 식물로 가득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잠시 전시실에서 마주한 우리의 역사와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와 풍속을 더듬어본다. 2층 문을 열고 야외로 나가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펼쳐진다. 경기도 국민안전체험관으로 이어지는 너른 쉼터와 푸른 잔디밭에서 강아지와 어울려 노는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스럽다. 오산미니어처빌리지는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작은 세상’이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마라톤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