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지운 이슬람의 기억…우즈베키스탄, 거대한 박물관으로 되살리다
2026.06.18 04:10
17일(현지 시각)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북부에 위치한 이슬람 문명 센터. /박강현 기자
센터 근처 광장에는 공을 차며 뛰노는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곳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2017년 설립 발표 이후 지난 3월 공식 개관한 이슬람 문명 센터는 우즈베키스탄 최대 규모의 문화·교육 복합시설이다. 박물관과 연구소, 도서관, 국제협력 기관 등이 한데 모여 있으며,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중앙아시아에서도 손꼽힌다.
전시를 꼼꼼히 보기 위해선 최소 두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곳을 둘러보며 구석기 시대부터 대한 제국 시기까지 전시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여러모로 생각났다.
17일(현지 시각)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북부에 위치한 이슬람 문명 센터 전시 중 일부. /박강현 기자
전시관은 이 유물을 중심으로 이슬람 이전 문명, 이슬람 황금기, 티무르 제국 시기의 르네상스, 현대 우즈베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를 시대 순으로 소개한다. 이 지역에서 번성했던 박트리아, 소그드, 페르가나 등의 고대 국가들에 대해서도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 현지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길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며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대표 관광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슬람 문명 센터의 사명으로 “문명의 소중한 유산을 보존하고, 이슬람의 인문주의적 본질을 널리 알리며, 계몽을 통해 무지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앙아시아 출신 천문학자와 수학자, 의학자들의 업적을 강조하며 이 지역이 세계 문명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짚어본다.
이슬람 문명 센터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이 추진 중인 ‘정체성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이슬람 색채가 짙은 편이다. 이 때문에 1991년 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 소련 시절 억압되거나 소실된 종교·문화 유산을 복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경매시장과 개인 수집가들로부터 고문서와 유물을 사들이고, 당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재조명하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문명 센터 전시 가운데 현대 우즈베키스탄을 소개하는 부문. /박강현 기자
수퍼마켓과 식당에서는 주류 판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학교에서는 영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도 공부할 수 있다. 종교적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과정에서도, 이를 강제하거나 밀어붙이는 대신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사회 체제를 유지하려는 ‘공존·국제화 정신’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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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강현 기자 iamcho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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