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인천공항이라더니…외국인 입국 절차는 25년째 ‘아날로그’[현장에서]
2026.06.18 06:00
외국인들, 3개 기관에 같은 정보 중복 입력하거나 서류 3장 제출해야
일본 등은 QR코드로 간소화…“세관·출입국·검역 통합 플랫폼 시급”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중국 충칭에서 온 A양(17)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온라인으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도착 후 2층 입국장에서 노란 종이로 된 ‘건강상태질문서’를 또 작성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왔다는 A양은 “비행기에서 온라인으로 입국신고서를 썼는데, 또 같은 내용으로 건강상태질문서를 써야 해 불편했다”며 “일본에 갔을 때는 ‘비짓재팬’(Visit Japan Web)이라는 온라인 입국 시스템에만 한꺼번에 쓰면 됐다”고 말했다.
A양과 같은 외국인이 국내 공항으로 입국하려면 질병관리청에는 ‘건강상태질문서’(Q-Code),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는 ‘입국신고서’(Arrival Card), 인천공항세관에는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입국신고서는 모든 외국인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건강상태질문서는 검역관리 지역에서 출발·경유한 입국자와 발열 등 유증상자가 내야 한다. 휴대품 신고서는 면세범위 8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을 보유한 외국인이 대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3개 신고서를 모두 써야 하는데, 여권 정보와 주소·항공편 등 같은 내용을 반복해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신고를 담당하는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기관이 달라 사전 접속해야 하는 온라인 등록 웹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외국인은 입국 심사도 대면으로 받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특별한 신고서 없이 자동심사대를 통해 입국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기가 몰릴 때는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공항들은 최근 프리패스나 QR 코드 등을 도입해 CIQ 기관에 제출할 신고서를 통합하고 있다. 간소화·자동화로 외국인도 대면 심사 없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검역과 입국 절차를 통합해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SG Arrival Card(SGAC)’를 제출하면 무인자동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 두바이공항은 비자나 세관 신고 대상자가 아니면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는 ‘단계 삭제(Walk-Through)’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입국 전 비짓재팬에 정보를 입력하면 QR 코드를 발급받아 곧바로 입국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도 입국 전 ‘All Indonesia’ 웹사이트에 접속해 작성 후 QR 코드를 발급받으면 된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통합 플랫폼이 없어 같은 정보를 3개 기관에 중복 입력하거나 종이서류 3장을 제출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국제선 여객 기준 세계 5위에 올라 있다.
입국절차가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면서 공항 관계자들의 불필요한 업무 과부하도 빚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와 중국 춘절 등 외국인이 대거 몰릴 때면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외국인 줄 서기를 줄이기 위해 특별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관이 200명 이상 부족한데도 연장근무와 지원부서가 심사에 동원되는 특별근무를 올해에만 벌써 5차례나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외국인 관광객 연간 3000만명 시대를 조기에 열겠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한 관계자는 “말로만 세계 최고를 외치는 것보다 외국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쉽도록 우리나라도 통합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의 한 관계자는 “CIQ 기관들도 외국인들에게 비슷한 정보를 요구해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IQ 기관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단일화된 통합 플랫폼을 만들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올해 들어 4월까지 701만48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0만5517명보다 20.9% 늘어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올해 외국인 입국자를 15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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