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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섬진강, 시험 대신 일놀이

2026.06.18 09:51

하동 일놀이 자연속학교 5박 6일이 공교육에 던진 질문"농부들은 정말 힘들겠어요."

매실밭에서 두 시간 넘게 매실을 따던 한 어린이가 말했다. 누군가 가르쳐준 말이 아니었다. 교과서에서 읽은 문장도 아니었다. 비탈진 산에서 땀을 흘리고, 매실 상자를 직접 옮겨본 뒤 나온 깨달음이었다.

▲ 매실 따는 어린이들 매실을 따며 농부들을 돕는 어린이들
ⓒ 전정일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교육청 등록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6학년 어린이들은 경남 하동에서 5박 6일 동안 일놀이 자연속학교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매실을 따고, 섬진강에서 족대질을 하고, 대나무 공예를 하고, 농부를 만나고, 밥을 짓고, 별을 보며 지냈다. 얼핏 보면 체험활동이나 여행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오늘날 학교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과정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은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짧은 시간 안에 높은 문해력과 학업성취도를 이루어냈고, 누구나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보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경쟁과 입시 중심 문화 속에서 교육 본래의 목적에 대한 질문도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조차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를 마치고 영어학원, 수학학원,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면 상황은 더 심해진다. 시험과 성적, 수행평가와 입시가 교육을 압도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지식을 배우지만 정작 삶을 배우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쌀은 어디에서 오는지, 매실은 어떻게 수확하는지, 밥 한 끼를 차리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 자연 속 생물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경험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농부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일보다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시간이 더 많다.

하동에서의 5박 6일은 그런 현실과는 정반대의 시간이었다.

▲ 섬진강 족대질 섬진강에서 족대질로 징거미(민물새우)와 동자개, 다슬기를 잡는 어린이들
ⓒ 전정일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매실밭으로 향했다. 비탈진 산에서 균형을 잡으며 매실을 따고, 무거운 상자를 나르며 노동의 의미를 배웠다. 섬진강에서는 족대를 들고 물속을 누비며 징거미와 동자개를 잡았다. 저녁에는 직접 잡은 생물을 튀겨 먹으며 생명과 먹을거리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평사리 들판에서는 시를 썼고, 구제봉에서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남해 다랭이논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풍경을 만났고, 상주 은모래해수욕장에서는 마음껏 물놀이를 했다. 밤에는 별자리를 찾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 활동들이 입시에 직접 도움이 될까. 수학 점수를 올려주거나 영어 성적을 높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이 오직 성적 향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관계 갈등, 학교폭력, 우울감, 무기력, 디지털 중독 같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서로 깊이 관계 맺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자연과 단절된 채 실내에서 성장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 구제봉 노을 경남 하동군 악양 구제봉에서 노을을 보며 호연지기를 기르다
ⓒ 전정일

이런 상황에서 자연속학교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르쳤는가보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있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매실을 따며 농부의 수고를 이해하는 아이, 친구들과 함께 밥을 지으며 협력을 배우는 아이, 섬진강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아이,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물론 대안교육이 만능은 아니다. 자연속학교만으로 교육이 완성될 수도 없다. 읽기와 쓰기, 수학과 과학, 역사와 예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학교 교육 역시 중요하다. 문제는 균형이다.

지금의 공교육은 지식 교육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려 있다. 반면 노동과 자연, 공동체와 삶을 경험하는 교육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지만 실제 삶과 연결된 경험은 부족하다.

독일의 교육학자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는 "학교는 삶을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교는 여전히 미래를 위한 준비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삶은 뒤로 밀려난다.

하동에서 보낸 5박 6일은 거창한 교육혁신의 사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노동하고, 자연과 만나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작은 실험이었다. 구제봉의 노을과 섬진강의 물결, 평사리 들판의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희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함께 매실을 따고, 함께 밥을 짓고, 함께 노래하며 살아본 경험은 오래도록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남을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문제집일까, 아니면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고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일까. 하동에서의 5박 6일은 그 질문을 우리에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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