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75% 줄여”… 국내 최대 전기로 가동
2026.06.18 00:34
포스코가 전남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 전기로를 이달부터 가동해 ‘저탄소 철강’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기로는 전기 에너지로 열을 내 고철(철스크랩)을 녹이는 방식으로 철강을 만든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써서 철광석 등을 녹이는 방식으로 쇳물을 만드는 기존 고로(용광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 철강 산업은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14%를 차지한다. 국내 단일 산업으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포스코는 이 전기로를 본격 가동하게 되면서 국내 안팎에서 거세지는 탄소 감축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포스코는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전기로 준공 기념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광양 전기로의 생산 규모는 연간 250만t(톤)으로, 단일 설비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포스코는 정부와 국제 사회의 ‘탈탄소화’ 움직임에 발맞추고자 2024년 2월 광양 전기로를 착공, 지난 2년여간 총 6000억원을 투입했다. 기존에도 스테인리스강 등 일부 제품에 특화된 소규모 전기로를 국내에서 2기 운영해 왔지만, 대규모로 쇳물을 만들 수 있는 전기로를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광양 전기로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탈탄소라는 시대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포스코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로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하지만 기존 고철을 녹여 재활용하는 공법 특성상, 쇳물의 개별 성분을 엄밀하게 제어하거나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자동차 강판 등 고급강 생산에 바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해 포스코는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어 사용하는 ‘합탕 기술’을 개발해 탄소 배출량은 줄이면서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는 전기로를 활용해 자동차나 전기 설비 등을 만드는 데 쓰는 고급 강판도 만들 계획이다.
포스코까지 대규모 전기로 가동에 나서면서, 철강업계에선 올해가 ‘전기로 본격화 원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대 철강사로 꼽히는 현대제철 역시 5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던 충남 당진제철소의 연간 100만t 규모 전기로를 올해부터 재가동했다.
친환경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우리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한다. 유럽연합은 국내 철강 수출의 14%가량을 차지하는데,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 부담이 늘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철강 산업 전기화 흐름이 활발하다. 일본제철은 지난달 규슈에 전기로를 신설·확장하는 데 2030년 3월까지 총 8687억엔(약 8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덩케르크 제철소를 운영하는 아르셀로미탈 역시 2029년 연산 200만t 규모 전기로 신설에 13억유로(2조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비용이다. 포스코는 광양 전기로를 100% 가동할 경우, 광양제철소 전체 전력 사용량이 기존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본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1kWh당 185.5원으로, 지난 2021년 4분기 대비 76%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중요하지만 결국 전기 요금을 비롯 저탄소 설비 투자 지원이 더해지지 않으면, 철강 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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