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욕할 땐 언제고” 트럼프, 동맹국 기업 돈으로 이란에 3000억 달러 쥐어준다
2026.06.18 06:42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3000억 달러(453조 원) 규모로 알려진 이란 재건기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쟁은 미국이 일으켜놓고 배상금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기금을 다른 나라들이 충당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MOU 합의문에는 3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기금을 조성해 이란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자금의 절반 이상이 이미 출자 약정된 상태라며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 등을 거론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3000억 달러의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배상금이나 재건기금이라는 표현을 쓰면 미국이 패전국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투자기금’이라는 외형을 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 입장에서는 전쟁 배상금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크다. 협상 국면에서 한동안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해온 이란이 결국 민간 기금이라는 형태로 절충점을 찾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기금이 걸프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 중심으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동맹국과 상의 없이 전쟁을 시작해놓고, 배상금 성격이 의심되는 기금 조성을 동맹에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보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각국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당시 각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던 논리와도 닮아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를 확보하기도 전에 ‘퍼주기식’ 보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획득하지 않기로 했다고 거듭 홍보하지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나 핵시설 해체, 국제사회 사찰 수용 같은 구체적 행동을 논의할 핵협상은 MOU 서명식 이후에야 시작된다. 결국 이번 합의로 얻은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이란의 구두 약속뿐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금 동결 해제를 둘러싼 신경전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MOU 서명만으로 이란의 동결자금을 풀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동결자금 일부 해제가 선행돼야 후속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제재 완화도 이란의 핵포기 범위와 이행에 맞춰 ‘행동 대 행동’으로만 가능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MOU 이후 60일간의 핵협상 기간 중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제재 면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제재 완화를 핵포기와 연계한다던 행정부 입장과 어긋나는 조치다. 이란이 같은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과 맞물린 신뢰구축용 ‘당근’일 수 있지만, 자금줄 압박이 느슨해진다는 점에서 미국 내 반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현금 지원을 맹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같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 CNN방송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당시 해제된 동결자금이 약 500억 달러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500억 달러라고 부풀려 비난해왔다면서, 현재 행정부가 거론하는 3000억 달러는 그보다도 훨씬 큰 규모라고 짚었다.
공화당 강경파 사이에서는 누구의 돈이든 테러국가로 분류되는 이란의 자금줄을 풀어줘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로 알려진 마크 티센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에 3000억 달러를 주는 건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의 이란 핵합의를 향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이 이번에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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