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사는데 40만원 썼어요"…중국인들 돈 펑펑 쓴 곳이 [차이나 워치]
2026.06.17 18:10
"쿠폰 찾던 지갑 열려"…내수 경제의 보루
"인형 사는데 40만원 썼어요"…中 소비자 지갑 열린 곳
스파이더맨 테마파크 공개 앞둬
호텔도 추가 확장…"중국 문화 적극 반영"
"그 상품은 품절입니다."
지난 15일 찾은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있는 디즈니 리조트. 대형 기념품 매장인 월드오브디즈니는 평일 오전인데도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각종 캐릭터 인형과 한정판 배지, 머리띠를 사기위해서였다.
6세 자녀와 험께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를 찾은 중국인 가오씨는 "캐릭터 머리띠 하나에 199위안(약 4만4500원)이나 하지만 이미 3개를 샀다"며 "다양한 캐릭터 옷과 장난감을 더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 계산대에선 한 젊은 중국 여성이 인형과 의류, 배지 세트를 구매해 한번에 2000위안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 경제의 큰 축인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고 소비 둔화를 가르키는 각종 경제 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외식 대신 배달 할인 쿠폰을 찾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줄줄이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전혀 달랐다. 가성비만을 내세우면서 지갑을 닫는 게 아니라 추억과 행복 등 감정을 소비가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수백위안짜리 인형은 물론이고 한정판 상품은 출시 직후 매진됐다. 입장권과 호텔, 식사까지 치자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하루에 수천위안을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심에선 '9.9위안 경제'라는 말이 유행인데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에선 상반된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사라진 게 아니라 소비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이 집과 자동차를 사는 데 돈을 썼다면 이젠 경험과 감정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의미다.
16일로 개장 10주년은 맞은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이같은 중국 소비 시장 변화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전략, 미래 서비스 산업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의 경쟁력은 놀이기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재산권(IP)이야말로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능적 필요성은 적지만 미키마우스와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주토피아 등 캐릭터가 갖고 있는 스토리와 감정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를 분석하면서 때로는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IP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표적인 미국 문화 기업인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는데도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철저한 현지화에 답이 있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미국 본사의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다. 중국 문화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했다.
중국 명절 행사와 중국식 음식 메뉴, 중국 소비자를 위한 한정판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시장에 맞게 변신하는 전략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개장 이후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1억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았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향후에도 확장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스파이더맨 테마 파크 건설을 진행 중이다. 연말에는 400개 객실을 보유한 추가 호텔도 선보일 예정이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개장 후 3년 마다 리뉴얼 및 확장을 진행했다. 테마파크의 신선함을 향상시키고 재규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개장 10주년 축하 행사에 참석한 조쉬 다마로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서 "디즈니의 스토리텔링과 중국 문화를 새롭게 통합한 전례 없고 독특한 경험을 만들고 있다"며 "1억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이한 후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장 10주년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라며 "앞으로도 스포츠, 기술, 문화 박물관, 동물, 테마 프로젝트 구성을 통해 문화 관광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 개장 이후 푸둥 지역은 중국 최대 관광 클러스터 중 하나로 성장했다. 호텔과 식음료, 교통, 유통 산업이 함께 발전했다. 현재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약 1만5000명의 공연자와 스태프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다양한 직무에서 간접적인 신규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를 방문하기 위해 중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해외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최근 서비스 소비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며 "인프라 건설 중심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에 소비 중심 경제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고,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는 이런 정책 방향을 잘 구현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상하이=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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