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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아동학대 신고에 멈춘 교실… 교사 10명 중 9명은 무혐의

2026.06.18 04:31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악성 민원인인 '우진 엄마'는 담임 교사에게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수학 문제 풀기를 시키지 말라고 요구한다. 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전남에서 20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여름,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싸운 두 학생을 화해시키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한 아이가 집에 돌아가 "선생님이 부당하게 혼냈다"고 거짓으로 전했고, 학부모는 교사의 설명에도 경찰에 신고했다. 4개월 만에 무혐의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휴직했던 A씨가 복직하면 자신의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해당 학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A씨는 결국 다른 학교로 떠나야 했다.

"이건 뭐 학부모한테 총 쥐여준 꼴 아닙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5화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일삼는 실태에 교권보호국 직원이 내뱉는 대사다. 현실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관련 제도와 법이 한층 강화됐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아니면 말고' 식의 아동학대 신고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사례가 만연하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원대상 학대 신고, 종결 사건 90.4%는 무혐의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2년 5개월간(2023년 9월~2026년 2월) 전국 유초중등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는 총 1,870건 접수됐다. 이 중 1,352건(72%)은 관할 교육청이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라고 판단하는 교육감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종결된 993건 중 90.4%(898건)는 경찰이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 개시 전 종결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는 등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러나 처분 결과와 상관없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교사의 일상은 마비된다. 서이초 사건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되면 곧바로 직위해제하도록 하는 조치는 없어졌지만 보통 해당 학생의 담임 교사가 신고당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교사가 현실적으로 학교에 출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병가나 연가를 사용해 학교를 쉴 수밖에 없다. 함민주 경기교사노조 교권국장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청이 아무리 바뀌고 지원이 늘었다 하더라도 피신고인이 학교나 교육청이 아닌 교사 개인이라는 점은 달라진 게 없다"며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건 혹은 허위 사건으로 신고를 당했는데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고립감, 소송비를 포함한 이후 형사 절차와 수사 과정에 대한 부담감과 수치심, 낙인 효과를 교사들은 가장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교육 현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교사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담임 교사가 학기 중에 교체되면 다른 학생에게도 피해가 간다. 더 심각한 건 교사의 상식적인 훈육조차 위축시키고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특히 교사들이 물리적 증거가 필요 없는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강해졌다. A씨는 "요즘에는 학생에게 '네 잘못이니까 사과해라'라고 하면 강요라며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고 해서 '지금 사과를 할래, 2시간 뒤에 다시 애기를 해볼래'라는 식으로 선택권을 주거나 에둘러서 말을 한다"며 "교사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관련 법 개정하고, 교보위에서 강하게 책임 물어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였던 2023년 9월, 추모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에서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패는 교육청 산하의 지역 교권보호위원회다. 아니면 명예훼손 같은 개인 민사 소송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교보위에서 교권침해로 결론이 나도, 학부모에 대한 처분은 솜방망이라는 게 문제다. 1호 조치가 '서면 사과와 재발방지 서약', 2호가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로 교사와 학교가 소송으로 겪는 피해에 비해서는 한없이 미약하다. 이조차 없을 때도 많다. A씨 역시 이후 해당 학부모를 교보위에 신고했는데 "교권 침해는 맞지만 '조치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사과 한 마디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권 업무를 맡았던 B씨도 "학부모 입에서 '가만있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오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까 봐 일단 해당 선생님에게 잘못이 없어도 학부모랑 잘 해결하라고 회유하게 된다"며 "학부모는 교보위 가도 서면 사과하고 끝이지만 교사는 소송 당하면 결과랑 상관없이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함 국장은 "교보위에 교권 침해를 신고했더니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며 취하를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에선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청이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라고 판단해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한 사안이라면 경찰도 무혐의로 판단하는 경우 검찰 송치를 하지 않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거나 정서적 아동학대 적용을 교육 상황에서는 제한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런 개정안은 법무부 등 주무부처에서 '아동보호'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들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학교 운동장 소음과 공사 현장 소음이 같지 않은 것처럼 교육 현장에 일반행정의 잣대를 똑같이 들이대기보다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교원 대상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때 조사와 판단 과정에서 교육적 관점과 맥락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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