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동물용 의약품 편법 유통 왜 눈감나
2026.06.17 23:42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탈법적으로 유통된 동물용 의약품을 무자료 현금 거래를 통해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일부 약국의 현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동물용 의약품 유통 경로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판매 방식이 과연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보호자가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경험담만으로 특정 약을 요구하거나, 약사가 동물의 단편적 증상 설명만 듣고 약을 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건강 상태,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과거 부작용 이력처럼 담당 수의사의 판단 아래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핵심 정보들은 인간 편의에 따라 쉽게 생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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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현 동편동물병원 원장 |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사람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동물용 심장약이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며, 이를 사람이 복용해 오남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는 약국을 통한 동물약 유통 체계가 동물 대상 약물 오남용 문제를 넘어 인체용 고위험 약물의 우회 구매 통로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약이 “쇼핑의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왜 그 원칙은 특정 약국의 영업 형태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가. 소비자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유통 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핵심은 접근성 자체가 아니라, 전문가의 선행 판단과 책임 없이 약물이 소비되는 구조다. 창고형 약국만 문제 삼고 기존 오남용 판매 구조의 허점과 관행을 외면하는 것은 안전 원칙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며, 오히려 약의 공적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약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지키려면 기준은 일관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의약품 판매 전반에 대한 일관된 안전 원칙 정립과 함께 책임 있는 제도 개선 노력을 대한약사회가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김두현 동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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