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김상운]이란전쟁 속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티저 광고’
2026.06.17 23:11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나란히 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란과 휴전 후 두 달여간 치열한 협상을 거쳐 종전 MOU를 일단락 짓는 긴박한 순간, 지구 반대편 독재자와의 ‘허니문’ 사진을 돌연 게시한 것. 모두 그의 저의를 궁금해하는 가운데 “이란 다음은 북한”이란 메시지를 트럼프가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노벨 평화상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재집권 직후부터 북한과의 대화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어쩌면 자연스러운 다음 외교 행보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그의 구상대로 술술 풀릴까.
이를 가늠해 보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대 도전이 된 이란 전쟁이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종전 MOU 체결을 확정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등의 성과를 거두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펼쳐질 60일의 후속 핵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앞서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해소한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되기까지 1년 7개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과 2015년 핵합의(JCPOA)를 맺기까지 1년 8개월이 각각 걸린 걸 감안하면 60일은 물리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구나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여부나 농축 핵물질 처리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벌써부터 불거진 것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란과의 후속 핵 협상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으면 북-미 대화도 당장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4∼6주면 끝날 ‘가벼운 소풍(excursion)’에 비유한 이란 전쟁이 100일 넘게 장기화하고, 핵 협상마저 여의치 않은 현 상황은 반미 연대 핵심축인 중국과 러시아엔 최대 기회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는 고속도로를 깔아 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힘을 빼는 동안 중국은 국력을 보존하며 전기차, 배터리 등 글로벌 기술전쟁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러시아는 매달 최대 100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의 전쟁 자금을 벌어들였다.
무엇보다 대만,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 전쟁의 수렁에 오랫동안 빠져 있기를 바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세력권에 들어온 동유럽에서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스탈린이 6·25전쟁 당시 중국의 조기 파병에 반대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런 맥락에서 중-러가 암암리에 이란의 버티기를 도우며 종전 협상을 장기화시킬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이란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는 중동지역 미군 시설의 타격 좌표 등을 이란에 제공하고,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대거 구입하는 식으로 도왔다.
이젠 북-미 대화 당사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전쟁 수행의 핵심 원칙으로 여겨 온 ‘파월 독트린(Powell Doctrine·명확한 전쟁 목표, 의회 지지 확보 등의 개전 원칙)’을 어기고,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빚은 걸 지켜본 김정은은 “역시 트럼프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그는 7년 전 ‘하노이 노딜’ 당시 “2차 조미 수뇌회담은 우리의 전략적 결단과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깊은 불신을 표명한 바 있다.
더구나 군사동맹 수준으로 러시아와 밀착한 데 이어 최근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대중 관계까지 공고화한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만남은 예전만큼 절실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면 김정은의 거부감은 클 것이다(그의 동생 김여정은 시진핑 방북 전날인 7일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미리 쐐기를 박았다).
결국 이란 전쟁이 북-중-러에 미친 영향과, 이들 간 밀착이 낳은 정세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야심 찬 티저 광고는 한낱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김정은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