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기는 경북 영덕, SMR은 부산 기장
2026.06.18 01:00
새 원전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17일 선정됐다. 영덕군에는 1.4GW(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가, 기장군에는 0.7GW급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가 들어선다. 새 원전 입지가 정해진 것은 2011년 강원 삼척 대진원전과 경북 영덕 천지원전이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된 이후 처음이다.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SMR은 2035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영덕군과 기장군을 후보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대형 원전 후보지는 경북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경쟁했고, 영덕군이 주민 수용성과 부지 적정성 등 4개 항목 모두에서 앞섰다. SMR 후보지는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경합을 벌인 끝에, 고리 원전이 있는 기장군이 낙점됐다. 새로 짓는 대형 원전 2기는 국내 33·34번째 원전이 된다. SMR은 국내 첫 상용 소형 원전으로, 핵심 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어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이번 부지 선정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급증하는 AI발(發) 전력 수요 등을 감안해 신규 원전 건설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원전 후보지로 낙점된 영덕군은 2011년 천지원전 예정지로 선정된 뒤 2018년 사업이 취소되기 전까지 약 7년간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미 진행됐던 곳이다. 완전히 새로운 부지를 검증하는 것보다 입지 검토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확장성도 낙점의 한 이유로 꼽힌다. 영덕군은 이번 공모에서 대형 원전 4기를 수용할 수 있는 큰 부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별도 신규 공모 없이 같은 부지 안에서 추가 원전이나 SMR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 수용성도 강점이다. 영덕군은 지난 2월 군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6%가 원전 유치에 찬성해, 인허가와 주민 협의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첫 상용 SMR 무대로 선택된 기장군은 국내 원전 산업의 모태인 고리 원전이 위치한 핵심 거점이다. 기존 원전 운영 경험과 전문 인력, 정비 체계, 송전망이 두루 갖춰져 있어 국내 첫 SMR을 추진하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원전이 없는 지역에 새로 짓는 것과 비교해 입지 적정성 검토와 주민 협의,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업계는 ‘신규 원전 건설의 가장 큰 난관인 입지 문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됐다’는 반응이다. 그 배경으로 ‘지자체들의 달라진 기류’가 꼽힌다. 과거에는 안전성 우려와 환경 부담을 앞세운 반대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심화되는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원전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시각이 생존 전략 차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전 유치 지자체는 건설비의 2% 수준인 특별지원금을 지급받고, 원전 운영 기간인 60~80년 동안 매년 발전량에 따라 각종 추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원전 건설은 장기간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는 점도 지역 경제에 호재다.
이번 후보지 선정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17년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2024년 재개된 데 이어, 신규 원전 2기 건설 절차까지 본격화하면서 원전 기자재 업체들은 일감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백 개 협력 업체에도 대규모 물량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향후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원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4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2040년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최고 138.2GW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1차 전기본이 예측한 2038년 최대 수요 129.3GW보다 8.9GW 많은 수치로, 대형 원전 3~7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12차 전기본에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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