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하는 '무법천지'… 개표소 봉쇄 시위 출구전략은
2026.06.17 18:31
페스티벌 등은 줄줄이 공연장 변경
"강제 해산·투표함 이송 고려해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찰과 정부가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업무 방해와 사적 검문검색, 경찰에 대한 인권 침해 등 불법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권력 투입 필요성도 거론된다.
17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시위 장기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등 9개 단체다. 당장 세금 납부, 수당 지급, 대회 참가비 입금 등 회계 업무가 중단돼 총 60억 원 상당 피해를 입었다. 선수들 장비도 모두 경기장 내부에 보관돼 있어 국내외 대회 지원도 어려운 상태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빌린 칼을 들고 출국했다.
문화계 피해도 만만치 않다. 20, 21일 열리는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은 공연 장소를 핸드볼경기장에서 인근 88호수수변무대와 우리금융아트홀로 변경하며 "취소 수수료 없이 티켓 전액 취소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13일 넥슨 메이플스토리 쇼케이스도 경기 고양시 킨텍스로 황급히 무대를 옮겨야 했다. 특히 7, 8월은 공연 성수기라 문화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 무대 설치 비용, 스태프 인건비, 예매 취소 수수료 등 금전적 손실이 막대하다.
이렇듯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데도 경찰은 물리력 투입을 주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강경 대응은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다"며 "투표함을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시위대가 그곳으로 다시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에 어린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가 섞여 있어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개표를 위해 투표함 이송이 시급했던 초기와 달리, 현재는 선거 사무가 대부분 마무리돼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화경찰과 국민의힘 등의 중재 노력이 번번이 시위대 일부의 반발에 무산되는 등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하면, 강제 해산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시위대와 체육단체가 업무 물품 반출에 극적으로 합의하고도 시위 참가자 '한 명'에게 가로막힌 황당한 사건 이후, 시위대의 불법 행위를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한층 거세졌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공권력 투입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촛불집회 때 주변 상인들의 피해가 지속되면서 공권력 행사의 명분이 생겼듯, 이번에도 해산 명령이나 강제 해산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위대가 증거 보전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경찰이 개표소 봉쇄를 뚫고 투표함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경찰력을 통한 해결이 어렵다면 △국회 국정조사 신속 추진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등을 통해 시위대에 자진 해산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선거 관리의 부실함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겠다고 밝혀 시위대를 납득시키는 등 정치적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여야가 함께 선관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 부정선거 음모론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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