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기자의 월드컷] “손흥민 만나려고요!” 멕시코 시장서 한국 유니폼 입은 일본인
2026.06.17 11:01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에 위치한 중남이 최대 규모의 실내 시장을 찾아가봤다. 과달라하라에 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소개받은 곳이다. 이 시장은 역사부터 남다르다.
오래 전 나치를 피해 빈에서 온 여덟 살짜리 유대인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재산을 몽땅 나치에 넘기고서야 나왔다. 가족은 멕시코 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1939년 과달라하라로 왔다. 그 아이 이름은 알레한드로 존. 과달라하라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고, 졸업논문 프로젝트로 시장을 설계했다. 그 졸업논문이 실물이 돼 대규모 시장으로 탄생했다. 1958년에 문을 연 산 후안 데 디오스 시장이다. 3000여 개 점포가 입점한 3층짜리 건물로, 중남미 최대 규모 실내 시장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멕시코 국가 예술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삼각형 지붕 구조가 반복되는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채광창으로 자연광이 떨어지고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유니폼 구역엔 월드컵 참가국 저지들이 행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진품인지 가품인지 궁금했는데, 200~400페소(17,000원~35,000원)짜리 가격표가 진품 여부를 답하고 있었다.
바닥층엔 토르타 아오가다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단단한 빵에 돼지고기를 넣고 매콤한 소스를 듬뿍 부어 먹는 과달라하라의 대표 음식이다. 이 도시는 매년 9월 10일을 토르타 아오가다의 날로 지정해뒀다. 천장엔 만국기와 대형 축구공 모형이 걸렸고, 곳곳에서 TV 중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리가 없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이 어린 멕시코 팬들이 취재진에게 여러 차례 다가와 같이 사진 찍어도 되냐며 물어왔아. 시장 밖도 비슷했다.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셀카를 청했고, 길을 걷다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코레아”를 외치며 말을 걸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도 아닌데. 과달라하라에서 한국은 생각보다 훨씬 친숙한 이름이었다.
시장에는 월드컵 때문에 방문한 외국 축구 팬들도 많았다. 유니폼 구역에서 빨간색 한국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을 만났다. 왜 일본 유니폼이 아니냐고 묻자 청년은 웃으며 답했다.
“혹시 손흥민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과달라하라까지 와서 손흥민을 기다리는 일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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