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엔비디아
엔비디아
혁신의 대가는 경쟁이 아니다 [아침을 열며]

2026.06.18 00:00

기술 난관 극복한 글로벌 기업
산업 역사 속 혁신 '축적 결과'
기업 보상이 혁신 생태계 구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진 가운데 한 시민의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박시몬 기자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은 하나의 사회현상이었다. 행사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었다. 반도체 엔지니어와 인공지능(AI)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그를 보기 위해 줄을 섰다. 몇 년 전만 해도 대중에게 낯설었던 반도체 기업의 CEO가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이러한 현상을 오래전에 설명한 바 있다.

"Competition is for losers."

경쟁은 패배자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경쟁을 중시한다. 경쟁은 가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며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틸은 진정한 혁신기업은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이 아니라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창조적 독점(Creative Monopoly)'이라고 불렀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GPU 자체에만 있지 않다. 진정한 자산은 2006년 공개한 쿠다(CUDA) 생태계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AI 개발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오늘날 AI 연구자들은 GPU는 바꿀 수 있어도 쿠다는 쉽게 떠나지 못한다.

TSMC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 기업들조차 TSMC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과 생산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제조 역량이 경쟁자들이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되었다.

ASML 역시 다르지 않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수많은 기술적 난관과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 끝에 확보한 지위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히 경쟁에서 앞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생태계, 생산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의 규칙 자체를 바꾸었다는 데 있다.

혁신은 흔히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극적인 순간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산업의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혁신은 사건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다. 방향을 정하고 오랜 시간 투자한 조직만이 혁신에 도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삼성은 소매업에서 출발해 전자산업으로 진출했고 가전과 반도체, 모바일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삼성의 경쟁력은 특정 사업의 성공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과 생산역량, 글로벌 공급망에서 나온다.

여기서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수익은 누구의 성과인가. 지금 삼성전자가 누리는 시장지위는 올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투자와 기술개발, 불황기에도 지속된 설비 확장, 그리고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축적된 결과다. 현재의 보상은 현재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과거의 투자와 위험에 대한 후행적 보상에 가깝다. 반도체 산업에서 잘못된 전략 하나는 수년간의 투자와 시장지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반대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고 오랜 시간 축적에 성공하면 막대한 성과로 돌아온다.

2000년대 초반 인텔은 지금의 엔비디아보다 더 강력한 기업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들어오면 산업이 되고, 인텔이 나가면 취미가 된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산업의 중심은 인텔에서 엔비디아로 이동했다.

혁신기업의 보상은 단순한 보상의 의미만 갖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매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 있는 이유도, TSMC가 수십조 원 규모의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성과 덕분이다. 오늘의 성과는 과거 혁신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미래 혁신의 재원이다. 엔비디아와 TSMC, ASML이 수십 년 동안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의 규모 자체가 아니다. 그 부가 다시 새로운 혁신에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젠슨 황에 대한 대중적 관심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혁신은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보상은 또 다른 혁신의 출발점이다.



차석원 서울대 공학연구원장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엔비디아의 다른 소식

엔비디아
엔비디아
4시간 전
미니 데이터센터로… 6G시대 기지국의 변신
엔비디아
엔비디아
4시간 전
“100년 성장 산업”… 올해 로봇 ETF에 3조 몰려
엔비디아
엔비디아
4시간 전
AI 데이터센터 연산 능력… 탄소배출권처럼 거래 추진
엔비디아
엔비디아
4시간 전
첫날에만 1조 싹쓸이… 서학개미도 폭풍매수
GOLDNITY
GOLDNITY
14시간 전
금 수요
금 수요
14시간 전
AI 칩 임대비용도 원유·금처럼 사고 판다... 선물 시장 거래 추진
엔비디아
엔비디아
18시간 전
구글·엔비디아·AWS가 가르친다…경기도, 미래 AI 인재 60명 양성
엔비디아
엔비디아
19시간 전
‘하루 만에 1.2조 싹쓸이’… 韓·日·유럽 글로벌 개미, ‘스페이스X’ 블랙홀에 빠졌다
엔비디아
엔비디아
1일 전
엔비디아, 30조원 AI 인프라 투자 회사채 발행 검토
엔비디아
엔비디아
1일 전
경과원, 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 손잡고 AI 인재 양성…청년 취업 길 연다
엔비디아
엔비디아
1일 전
‘시총 1위’ 엔비디아, 5년 만에 회사채 발행 검토…최소 30조 원 규모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