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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데이터센터로… 6G시대 기지국의 변신

2026.06.18 00:38

‘AI-RAN’ 기술 패권 경쟁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통신 패권 경쟁의 전장이 이동통신 기지국으로 옮겨 붙고 있다. 데이터를 실어 나르기만 하던 기지국이 AI 연산을 직접 수행하는 ‘작은 데이터 센터’로 바뀌고 있어서다. 이런 기술을 ‘AI-RAN’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도 이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전문 연구소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AI 기지국 원천 기술 확보를 목표로 총 47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일규 ETRI 이동통신연구본부장은 “AI-RAN은 6G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RAN(무선 접속망·Radio Access Network)은 스마트폰 같은 무선 단말기를 이동통신망에 연결하는 기지국 영역을 뜻한다. AI-RAN은 여기에 AI를 결합해 통신망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나아가 기지국에서 AI 추론까지 처리하도록 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AI-RAN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로봇·자율주행차처럼 물리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AI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까지 보냈다가 다시 받아오면 지연 시간(latency)이 길어지고 통신망 부담도 커진다. 결국 기지국 가까이에서 연산을 처리해야 6G가 추구하는 초지연(ultra-low latency)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개념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AI로 통신망 자체를 최적화하는 ‘AI-for-RAN’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지국 위에서 AI 추론을 직접 돌리는 ‘AI-on-RAN’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6G 시대의 기지국을 통신 장비이자, AI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합종연횡도 빨라졌다. 202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엔비디아·에릭슨·삼성전자·노키아 등 11사로 출범한 ‘AI-RAN’ 얼라이언스는 2년 만에 회원사가 132개로 늘었다. 올해 2월 MWC 2026에서는 33개 시연을 선보이며 AI-RAN은 6G 표준 경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현재 업계는 ‘누가 기지국 연산 플랫폼 기술을 장악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엔비디아다. 작년 10월 노키아에 약 10억달러(지분 2.9%)를 투자해 동맹을 맺으면서, 노키아 통신 장비의 핵심 연산을 별도 가속기 없이 GPU에서 직접 처리하는 기지국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6G 기지국 무선 안테나(RU)용 전용 칩 개발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전략의 핵심은 통신·연산·센싱을 결합한 6G 지원 컴퓨팅 플랫폼 ‘AI 에리얼(AI Aerial)’과 기지국용 컴퓨터 ‘ARC-프로(Aerial RAN Computer Pro)’다. 비싼 GPU를 기지국에 깔면 낮에는 통신 트래픽을 처리하고, 한가한 시간에는 남는 연산력을 AI 기업에 빌려줘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의 GPU에서 통신과 AI 작업을 함께 돌리면 설비 가동률이 2~3배 높아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통신 장비 전통 강자 에릭슨은 다른 길을 택했다. GPU 같은 값비싼 가속기를 새로 깔기보다, 기존 기지국 장비에 새 소프트웨어(SW)를 얹어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지난 11일 구독형 SW ‘AI in RAN’을 공개했다. 기존 기지국과 무선 장비에 통신 특화 AI 모델을 입혀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주파수 효율을 최대 10% 높였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 3사의 셈법은 복잡하다. 한 진영에 묶이는 이른바 ‘벤더 록인(Vendor lock-in)’을 피하려 여러 진영에 발을 걸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에릭슨과 AI-RAN 협력 업무 협약을 맺는 한편,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협약을 체결하고 삼성전자와도 6G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KT는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AI-RAN을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의 상용망에서 검증했고, 엔비디아와도 다자간 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와 가상화 기지국 ‘클라우드랜’ 상용망 검증을 마치고, 삼성전자와 통신·센싱 융합(ISAC) 기술 협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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