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약값 없어 치료 포기하는데"…탈모 건보화에 터진 반발
2026.06.17 22:30
중증환자단체 "희귀·난치질환 신약 급여는 미루면서 탈모부터 챙기나"
정부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방안을 검토하자 중증질환 환자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생명과 직결된 중증·희귀질환 치료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청년층 민생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추진하는 데 대해 깊은 좌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포퓰리즘식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건강보험의 기본 취지는 예기치 못한 질병과 고액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다.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약이 개발돼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지연돼 수많은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말기 암 환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이 생명을 살리는 곳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 환자들의 생명줄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탈모 치료 급여화 논의는 건보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중단과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급여 등재 우선 추진,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국민 생명권을 외면한 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중증질환 환자들과 연대해 강력한 저항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 등 질환으로 분류되는 병적 탈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반면 유전적 요인이나 노화 등에 따른 탈모 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취업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이 탈모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 등을 고려해 청년층 대상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책 간담회에서 탈모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 "건보공단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 답이 나왔다"며 "'모두의 토론회' 의견 등을 반영해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 열리는 국민참여 숙의·토론 프로그램 '모두의 토론회'에서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매표성·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돌아가야 할 재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탈모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한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하며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중증·희귀질환 치료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며 건강보험 적용 우선순위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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