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전
[기자24시] 교육교부금 수술의 '골든타임'
2026.06.17 17:44
예상치 못한 '로또'에 당첨된다면 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고민을 종종 해본다. 내 집 마련에 보탤지, 미뤄뒀던 해외여행을 떠날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지 저마다 우선순위를 따져볼 것이다. 그런데 당첨금의 20%를 정해진 곳에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면 어떨까. 그 돈이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규칙부터 바꾸고 싶어질지 모른다.
지금 우리 교육 재정이 그렇다. 학교 체육관에는 당구대와 골프연습장이 들어서고, 학생들에게는 태블릿PC에 이어 보드게임까지 무상 보급된다. 멀쩡한 시설을 고치고 교사 복지와 각종 연수 예산도 늘어난다.
최근 교육 예산은 반도체 호황이라는 로또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증가한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어도 세수가 늘면 '초과 교부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세수의 일정 비율을 교육 예산으로 고정해두는 방식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972년 학생 수가 급증하던 시기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50년이 넘은 지금도 낡은 산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가 우선순위는 달라졌지만, 교육청 곳간은 굳게 닫혀 있다. 경제 호황에도 청년 고용 부진,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같은 구조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초·중등 교육이 최우선순위라는 주장엔 물음표가 붙는다.
교육교부금 개편이 교육의 질을 낮출 것이란 일부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곳간이 넘쳐나는 지금도 교부금의 상당 부분은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로 지출된다.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이나 교육 혁신을 위한 예산 재분배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우려된다면 최소 재원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기획예산처가 올해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교육교부금 손질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문가들도 세수 여력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한다. 넘치는 교부금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사회적 논의도 시작할 수 있다.
[김금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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