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전
'승자의 저주' 피자헛 청산…차액가맹금 분쟁 새 국면
2026.06.17 16:31
17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이 2024년 12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약 18개월 만에 청산형 회생계획안이 최종 인가됐다. 이는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회생절차를 종결하는 구조로, 사모펀드로 구성된 신설법인 PH코리아가 영업자산과 사업권을 이전받아 브랜드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한국피자헛 청산은 실적악화와 차액가맹금 소송 패소가 맞물린 결과다. 경쟁 심화와 배달 플랫폼 확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올해 1월 대법원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이득금 215억원을 반환하라고 최종 판결하면서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미 2024년 기준 자본총계가 -1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한국피자헛은 결국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회사는 총매출의 6%를 로열티로 받는 동시에 원·부자재 공급 마진인 차액가맹금으로 추가 수익을 거둬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점주들에게 '승자의 저주'로 돌아왔다. 브랜드는 새 투자자를 통해 존속하게 됐지만,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495억원으로 늘어난 채권 가운데 점주들이 실제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약 64억원에 그쳤다. 실질회수율도 14%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권리를 인정받고도 본사가 청산됨에 따라 배상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소송 리스크 커지자…합의 카드 꺼낸 본사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bhc, 교촌치킨, 맘스터치 등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진행·예고된 수천억원 규모의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가맹본부가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가 점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실제로 가맹본부들이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점주들과 조기 합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가맹본부들은 대법원이 강조한 '계약서상 명시적 합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계약 갱신 과정에서 차액가맹금 산정 방식과 마진율 변경 권한을 본사에 위임하는 조항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부자재 공급가 인하나 한시적 지원금을 제공하는 대신 과거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서 작성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부 가맹본부에 '버티기 전략'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영업자산을 별도법인으로 이전한 뒤 기존 법인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배상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의 경우 피자헛식 청산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브랜드 상표권이 미국 본사에 속해 국내법인이 청산되더라도 라이선스 계약으로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bhc나 교촌치킨 등은 상표권과 브랜드 지식재산권(IP)을 국내 법인이 보유해 법인 청산 자체가 브랜드 존속과 직결된다.
로열티 전환, 아직은 '반쪽 개혁'
궁극적인 대안으로 매출 기반의 러닝로열티 제도가 급부상하고 있으나 안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계속가맹금 수취 방식이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에도 가맹본부가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병행수취'하는 비중이 38.6%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를 로열티 중심의 수익구조 전환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했지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업계는 가맹본부들이 불투명한 차액가맹금을 축소하기보다 로열티를 신설하면서도 기존 물류마진은 유지하는 '이중수취'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가맹점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준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은 2600만원, 매출 대비 비중은 4.4%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피자가 2400만원(4.6%), 치킨이 4100만원(9.5%)으로 특히 높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여전히 차액가맹금 중심의 수익구조가 일반적이어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매달 로열티로 납부하는 방식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적지 않다"면서도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커진 만큼 원가공개 확대와 적정 로열티를 결합한 절충형 수익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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