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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상’ 검사비 2조원 깎아 필수의료에 재투자…정부 건보 개편 방향은

2026.06.17 15:40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과보상 논란이 제기된 혈액 등 검체 검사와 CT·MRI 수가를 낮추고, 지역·필수의료 보상을 높이는 건강보험 수가 개편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존 수가 체계는 검사에는 후하고, 진찰이나 수술, 마취 등 필수의료 분야에 박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률은 평균 190%, CT·MRI 등 특수영상 검사는 194.1%였다. 투입 비용 100원당 190원 안팎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반면 진찰은 70.7%, 입원은 57.3%, 마취는 75.1%, 재활은 62%에 그쳤다. 필수의료의 기반이 되는 진찰·입원·마취·재활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을 받아온 셈이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기울어진 수가 체계로 과다한 검사 중심 진료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고 대기 시간이 긴 필수진료는 전공의 선택 비중이 낮아지고, 병원에 종사하려는 의욕도 떨어지면서 필수진료와 지역의료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술과 마취 같은 중증·응급 분야가 장기간 저보상되다 보니 병원에서는 관련 비용을 줄이고 배후진료가 악화됐다”며 “오늘날 응급실 미수용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1단계 조정에서 비용 대비 수익률이 150%를 넘는 검체검사와 CT·MRI 수가를 150%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2400억원은 폐지해 진찰료 등으로 옮긴다. 2028년 2단계 조정 때는 추가 비용 분석을 거쳐 수익률 110% 초과 검사를 110%까지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검사 분야 지출 조정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절감 재원은 지역·필수의료의 보상 강화에 투입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취약지에는 수가 가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에는 입원료와 진찰료 가산을 적용한다. 같은 수술과 마취라도 야간·휴일·응급 상황에서 이뤄지면 더 많이 보상하는 구조도 만든다.

고위험 분만, 신생아 진료, 소아 중증수술·처치, 급성기·회복기 재활치료 보상도 강화 대상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환자들은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고, 어디서나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게 되고 의료진은 자긍심을 가지고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햤다.

유 과장은 “분만과 응급 미수용 문제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과감한 보상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비용 대비 수익을 매년 분석하고, 기본적으로 2년 단위의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해 필요한 지역·필수의료 보상을 수시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수가에 대해서는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안에서도 인천 섬 지역 같은 취약지를 고려해 우대 수가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안을 두고 공청회에서는 ‘방향은 맞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지역·필수의료 공백은 어떤 영역은 공급 과잉이고, 어떤 영역은 공급 부족인 상태에서 상대적인 보상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개편 방향에 동의했다.

다만 박 협의회장은 “상대가치 재조정이 전체 보상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라며 “공백은 상대적 보상 차이뿐 아니라 절대적인 총 보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검사 수가를 깎아 일부 옮기는 수준을 넘어 전체 투입액 자체가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사 수가를 깎는 과정에서 일선 의료기관의 반발도 예상된다.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검체·영상도 진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결국 의사의 진찰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진찰료 인상이 안 되다 보니 검사 쪽이 보상의 우회 경로가 된 측면이 있다”며 “검사로 받던 보상을 진찰로 옮기겠다면 진찰의 가치를 국민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이 수가에만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이사는 “지역·필수의료 문제에는 사법리스크, 민형사 부담 등 여러 문제가 중복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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