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수가 낮춰 절약한 2조원, 필수의료에 쓴다
2026.06.17 16:48
CT·MRI 등 수가 절감해 연 2조 이상 확보
지역 의료, 응급·소아·분만 분야 강화할 것
정부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혈액검사 등 검체 검사에 매기는 건강보험 가격(수가)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런 검사에 건강보험이 지나치게 지출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렇게 아낀 연간 2조 원 이상을 지역 의료와 응급·중증 등 필수 의료를 살리는 데 쓸 계획이다. 개편안은 이달 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공개했다. 수가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공단과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 총액이다. 이날 공청회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혁신 방안 마련을 위해 의료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개편안의 핵심은 검체 검사와 CT·MRI 검사 수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이 검사가 들인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아가는 '과보상 항목'이라고 봤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검체 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190%, CT·MRI는 평균 200%로 나타났다. 1,000원을 썼다면 1,900~2,000원을 번다는 뜻이다.
정부는 1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검사의 수가를 150%까지 낮출 예정이다. 이후 2028년까지 비용을 다시 분석해 균형 수가로 재조정한다.
복지부는 1단계 조정만으로 연간 2조 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수가 구조가 검사 중심 의료를 유도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더 부족해졌다"며 "검사 과보상은 조정하고 지역·필수의료에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의료취약지에 지역 우대 수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역 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을 높이고, 중증 수술과 마취, 응급수술에 대한 보상을 늘려 응급환자 최종 치료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소아와 산모·신생아 진료 지원도 늘린다. 성인과 다른 소아 진료 특성을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해 동네 병·의원에서 받는 1차진료부터 중증 수술·처치까지 보상을 강화한다. 또 위험도가 높은 분만과 신생아 치료는 산모와 아기를 함께 돌보는 모자의료센터 기능 개편과 연계해 지원한다.
20여 년간 묶였던 진찰료도 올린다. 짧게 끝났던 외래 진료에서 벗어나 환자가 충분한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찰료를 높이고 심층 상담·진찰에 대한 보상도 늘린다. 또 환자가 회복기 재활부터 퇴원 후 재택 치료까지 끊김 없이 이어서 받을 수 있도록 재활치료 수가도 강화한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재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나왔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중증·응급·저빈도 의료 보상 강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상대가치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는 "건강보험 재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 있는 재정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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