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박 영상 올리면 AI가 과실 판정" 보험사 AI 활용 어디까지
2026.06.17 16:58
보험 가입자의 질병 이력을 파악해 인공지능(AI)이 상품을 설계하고, 설계사에게 가입을 권유할 때 활용할 화법도 추천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AI가 심사해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도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판단한다. AI가 바꾼 보험업계 풍경이다. AI 오작동, 데이터 편향 등 부작용 위험도 함께 커졌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블랙박스 영상 활용 AI 과실 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사 중 최초다. 보험 가입자가 자동차 사고 때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면 AI가 평균 5초 안에 과실 판정 결과를 안내한다. 시스템 출시 전 20개월간 7만 건의 사고를 학습해 분석 정확도를 92.4%까지 끌어올렸다. 가입자는 판정 결과를 들고 보험사 보상 절차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삼성화재에선 보험 가입 심사를 AI가 도맡아 한다. 2021년 보험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적용한 ‘장기 U’ 시스템을 출시했을 당시엔 보험 가입 심사의 70%가량만 담당했는데, 올해에는 모든 계약 건을 맡고 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피보험자의 병력을 고려해 보험사가 인수 가능한 담보를 판단하는 구조다. AI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약 10%만 직원이 직접 추가로 심사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24년의 경우 심사량이 전년보다 배 이상 증가했는데 ‘장기 U’ 시스템이 신속하게 심사 결과를 제공하면서 계약 체결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업 전선에서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화생명에선 자체 개발한 ‘AI STS’는 보장 내용 분석뿐 아니라 설계사의 대화 속도·발음까지 분석해 개선점을 찾는다. 신규 고객의 성별·연령대·직업군을 고려해 적합한 화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AI STS 사용자가 미사용자보다 인당 건강보험 월평균 판매 실적이 약 40% 이상 높았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사 중 처음으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콜센터를 가동했다. 정해진 시나리오를 따르는 챗봇이 아니라 자연어로 대화하는 상담 시스템이 특징이다. 현대해상은 AI가 보험사기를 탐지해 3단계로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험업계에선 추후 망 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AI 활용 생산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 망 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사 내부 전산망은 외부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다. 해킹 등 전산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로 지난 2013년 도입됐다. 나날이 발전하는 고성능 생성형 AI를 내부망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망 분리 규제 예외를 둬 왔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샌드박스 문턱을 넘어야 하고, 외부망의 고성능 AI를 활용해 보안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기술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보험사가 AI 기술 개발 스타트업 등과도 적극 협업하면서 ‘생산적 금융’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AI 기술 도입으로 인한 위험 관리 필요성은 과제다. 영업 현장에서 AI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설계사가 충분한 검증 없이 활용할 경우 불완전판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인수 심사 등 과정에서 편향된 데이터로 오판할 가능성, 정상 청구를 보험사기로 오인해 지급이 지연될 가능성 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보험사 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전략의 핵심은 ‘AI 도입 여부’에서 ‘AI를 통제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책임 있게 운영하는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AI 리스크 관리가 경영 성과, 고객 신뢰 확보를 뒷받침하는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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