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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자유주의 국제질서 쉽게 저물지 않아…한국이 중견국 대화 이끌어야”[2026 경향포럼]

2026.06.17 15:39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경향포럼-위력의 시대, 힘의 세계에서 공전의 길을 묻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7일 “위력과 강압의 시대는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없다”며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아직 오지 않은 질서 사이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흔들리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한 “중견국 연합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문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경향포럼 - ‘자유주의 질서는 끝났는가: 세력권 질서로의 회귀’ 세션 강연>에서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죽을 때는 아니다”라며 대부분 국가는 여전히 다자주의와 협력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자유무역과 같은 시장경제 중심의 체제를 뜻한다. 이 체제에서 미국은 동맹국에 미군 파견 등 안보 비용을 지불했고 패권국 지위를 얻었다.

문 교수는 자유주의 체제를 만든 미국이 이 체제를 허무는 데 앞장서는 역설을 짚었다. 문 교수는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미국적 가치의 확산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반이민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협한 자국주의 중심의 가치를 공유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66개 국제기구를 탈퇴한 점과 자유무역 기반 세계무역 체제에 반하는 관세 부과를 예로 들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위협해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깼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제조업이 사라지고 중산층이 쇠퇴하며 보호주의 무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 있다”며 “미국 내부적 모순이 국제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국제질서와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단순하게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자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고, 약자는 운명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중견국 연합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중견국 연합을 위해 “지도적인 국가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중견국 연합을 구축하면 비용과 구심점이 필요한데 대부분 국가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도권을 잡기 힘들 것 같다”며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일방주의는 항상 강대국의 무기였고 다자주의는 약소국과 중견국의 자산이었다”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언급한 캐나다, 유럽연합(EU), 한국, 호주, 일본 등에 더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브릭스(BRICS)의 일부 국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중견국 연합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개최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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