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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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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앉아 만든 장난감 이야기… 30년의 모험

2026.06.17 06:56

픽사 창작 총괄 피트 닥터 인터뷰
‘토이 스토리1′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3번 수상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토이 스토리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피트 닥터. 그는 “30년 전 누군가 ‘언젠가 5편을 만들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1995년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들은 컴퓨터 그래픽(CG)이라는 신기술을 타고 등장해 3D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장난감들은 스마트 기기에 밀려 아이들과 멀어질 위기에 놓인다.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던 ‘토이 스토리’가 이번엔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묻는다.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5’(17일 개봉)는 AI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진 시대, 기술과의 공존이라는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진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 작품 개발을 총괄하는 피트 닥터(56)는 14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토이 스토리’는 늘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다. “4편을 만들 때부터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빼앗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당시엔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아 접어뒀어요. 여러 해가 지나 한물간 이야기가 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지금 더 시의성이 커진 것 같습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5'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5편에서는 우디나 버즈가 아닌, 카우걸 제시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제시는 한때 주인에게 버림받고 오랫동안 방치되며 트라우마가 깊은 캐릭터다. 최첨단 기기 ‘릴리패드’의 등장으로, 또다시 잊힐지 모른다는 불안이 되살아난다. 닥터는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캐릭터를 움직이는 감정”이라고 했다. “부모가 되어본 사람이라면, 또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긴 했을까. 내가 중요한 존재이기는 했을까’ 그 질문이 제시의 감정과 아주 깊이 맞닿아 있었죠.”

닥터는 1990년 픽사의 세 번째 애니메이터로 합류해 ‘토이 스토리’ 1편의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에 참여한 원년 멤버다. 그는 “삼각형 모양의 기묘한 방들이 있는 임대 사무실이었고, 모두가 비좁게 붙어 앉아 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 같이 바닥에 앉아 아이디어를 내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어요. 체계적인 분업은 없었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는 격식 없는 분위기였죠.”

1990년대 ‘토이 스토리’ 1편의 스토리보드를 놓고 회의 중인 존 라세터(오른쪽 가운데) 감독과 당시 신입 애니메이터였던 피트 닥터(오른쪽 맨 위). /월트디즈니 컴퍼니

'토이 스토리' 우디와 버즈의 컨셉 스케치. /월트디즈니 컴퍼니

2001년 ‘몬스터 주식회사’로 장편 연출에 데뷔한 그는 ‘업’(2009) ‘인사이드 아웃’(2015) ‘소울’(2020)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세 차례 받았다. 그의 영화는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된다. ‘몬스터 주식회사’에는 처음 부모가 되며 느낀 감정을 녹였고,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하며 ‘인사이드 아웃’을 구상했다.

그는 “창작자는 작품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단순한 기술과 기교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1편에서 우디가 침대 밑으로 떨어졌는데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장면을 작업할 때였어요. 문득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지’ 싶었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제가 침대 밖으로 밀려난 듯했고 질투를 느꼈거든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죠.”

영화 '토이 스토리5'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5’는 우리를 성장시킨 장난감들에 대한 헌사이자,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예찬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놀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를 넓혀간다. AI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대, 픽사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묻자 닥터는 개인의 천재성보다는 협업을 강조했다. “어릴 때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업계를 이끌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픽사에서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작품을 발전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해요.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픽사는 제작 과정에서 미완성본을 여러 차례 내부 상영하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아 이야기를 거듭 고쳐 나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닥터는 “‘시민 케인’이나 ‘카사블랑카’처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픽사에선 모두 수정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농담하곤 한다”면서 “언제나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CCO인 그는 제작 중인 모든 작품을 살피고 의견을 건넨다. “다만 피드백을 줄 땐 격려하고 영감을 주려 해요. ‘세상에, 그렇게 하면 훨씬 좋겠는데?’ 하며, 당장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좋은 피드백이죠.”

그가 생각하는 ‘픽사다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영화다. 그 출발점이 바로 ‘토이 스토리’였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평범한 세계지만, 카메라를 아주 낮게 내려 장난감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죠.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수없이 봐온 세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낯선 캐릭터와 이야기라도 ‘맞아, 나도 저런 감정 알지’라고 느끼게 하면 관객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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