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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틸법 시행下] 전기료·수소 부담 여전…후속 대책이 성패 가른다

2026.06.17 09:21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시행령이 17일부터 시행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K-스틸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가 전력·수소 인프라 구축과 비용 보완책을 실질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철강산업 탈탄소 전환은 단순히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전기로 확대, 수소환원제철 도입, 철스크랩 자원화,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설비 고도화가 맞물려야 한다.

이번 시행령에서 철강업계가 생존 문제로 꼽아온 전기요금과 청정수소 비용 부담을 풀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기로·수소환원제철 가야 할 길이지만…막대한 전기료 부담에 산업계 시름

가장 큰 과제는 전기요금이다. 철강사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력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비중을 높일수록 전력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선 철스크랩을 활용한 전기로 체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한 뒤 전기로 또는 전기용융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로 나아가야 한다. 두 공정 모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철강업계에서는 연산 250만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설비 1기당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에 1GW, 용융 공정에 250㎿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존 석탄 기반 고로 방식보다 전력 사용량이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K-스틸법 시행 전부터 전문가들은 여러 공청회와 세미나에서 이 같은 비용 부담을 줄곧 지적해 왔다. 전기로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은 국내 환경에서는 가동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포스코 김재성 기술연구원 리더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광양 전기로 설비가 가동할 예정인데 생산을 하는 순간부터 손해"라며 "기존 고로가 워낙 저렴하기에 무엇을 생산하든 전체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도 국회철강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전기로 전환 때 한 기당 2조~5조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포스코 경우 고로 이용으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 자가 발전을 해 왔지만 이를 못 쓸 경우 10조원 이상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부담을 키웠다. 송재만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장은 지난 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도 최근 5년간 약 79% 인상돼 철강업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현대제철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연간 약 37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전했다.

수소환원제철 역시 전력과 수소 가격이 관건이다. 청정수소 가격은 아직 철강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국내 청정수소 가격은 ㎏당 1만원대 수준으로 비싸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청정수소 생산단가는 ㎏당 2500원이다.

그러나 이마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 생산공정 전환 시나리오 분석 연구'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기술 연구개발비와 설비 건설비를 제외하더라도 전통 고로 방식과 비교해 수소환원제철 경제성 확보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탄소 가격을 전통 고로 방식에 부과한 상태에서 두 방식 비용이 같아지는 수소 가격은 ㎏당 1356원으로 계산됐다.

철강업계는 국내 청정수소 생산단가 인하와 함께 해외 청정수소 도입, 국내 운송·저장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수소 배관 1㎞ 건설에 30억~40억원이 필요한 만큼 기업 단독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 제조 여건이 유리한 해외에서 수소를 들여오는 정책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항만·배관·저장시설 등 국내 운송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광양 전기로 준공식을 열고 저탄소 제품 생산을 알리는 한편 포항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데모 플랜트 30만톤 규모 설립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하이렉스로 본격 설비 전환을 시작하면 지금까지 투자한 만큼의 비용이 든다"며 "산업용 전기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지 않기에 전기로 전환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전기 자가 발전을 확충하고 저렴한 원료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완입법 나선 국회, 정부도 대책 검토…국무총리 소속 철강특위 구성 시급

K-스틸법에는 업계가 요구해 온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조항이 제외됐다. 시행령에도 직접적인 전기요금 지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보완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상휘 의원(국민의힘)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K-스틸법과 별도로 전기요금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로와 전기로 전기요금 체계를 다르게 설정하거나 전기로 전환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강연주 산업통상부 철강세라믹과장은 "전기료 지원을 시행령에 담기 어려웠던 만큼 별도로 진행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지원 조항을 시행령에 담을 수 없었던 이유는 특정 산업만 요금을 낮출 경우 다른 산업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한국전력 적자 상황에서 전기요금 현실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다만 기후부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1원인데 중국은 120원대이고 미국 역시 주별로 다르지만 평균 120원 수준"이라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하향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철강산업 탄소중립 정책 지원 성패는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가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K-스틸법에서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 관련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특별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철강산업 5개년 기본계획과 1년 단위 실행계획 수립과 함께 저탄소철강기술 선정·개발·설비 도입 지원, 철강 제조·공급 기반시설 조성, 관계 법령·제도 정비, 저탄소철강 협력모델 선정·지원 등을 맡는다. K-스틸법을 실제 정책으로 작동시키는 컨트롤타워다.

이날 K-스틸법은 시행됐지만 아직 특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강연주 과장은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관계자는 "철강산업 5개년 기본계획 안건 상정 때 특위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총리 교체 국면도 변수다. 새 총리 인선 절차가 마무리돼야 국무총리 소속 철강특위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K-스틸법은 지금의 어떤 상처를 고치는 법이 아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다음 30년을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준비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탄소중립이 미래에 올 파고라면 이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주도할 역할은 국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는 선언적인 이야기만 있고 전기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투자 계획과 철스크랩 등급체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수소 공급과 설비 교체뿐 아니라 에너지와 전력 문제가 따라오지 못하면 탄소중립을 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경 규제가 느슨한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카본 리키지(carbon leakage)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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