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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금, 내가 지킨다”...중앙은행들, 英·美서 금 빼간다

2026.06.17 11:26

금 세계 최대 준비자산 부상 속
중앙은행들 국내 보관 확대 움직임
영란은행·뉴욕연은 보관 감소
프랑스·인도 적극적 본국 송환
싱가포르 금 거래 허브 도약 준비
“런던 거래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
AP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등에 보관해온 금을 잇따라 본국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이 미 국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준비자산으로 부상한 가운데 지정학적 갈등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국 내 보관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금협회(WGC)가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현재 런던과 뉴욕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답한 중앙은행 비중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12개월 동안 국내 보관을 확대하거나 해외 보관 장소를 다변화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9%로 지난해(7%)보다 크게 늘었다.

현재 글로벌 금 거래 시스템은 런던과 세계 최대 금 선물시장인 뉴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영란은행(BoE)이 보관 중인 금 규모만 70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영란은행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답한 중앙은행 비중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57%로 감소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금을 맡기고 있다는 응답 역시 지난해 17%에서 올해 14%로 줄었다.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그리스·스웨덴 등이 뉴욕 연은에 금을 보관하고 있는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금 일부를 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외국 정부 소유의 금 보유량은 2024년 말 이후 올해 4월까지 약 2% 감소했다.

이 같은 금 회수 행보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 중앙은행인 방크 드 프랑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하던 금 129톤을 회수했으며 현재 보유 금 전량을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미국 내 금괴를 매각한 뒤 유럽에서 동일한 규모의 금괴를 다시 매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10억 유로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인도 역시 금의 본국 송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3년 동안 영란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보관하던 해외 금 대부분을 국내로 이전했다. RBI 자료에 따르면 해외 보관 금 비중은 2023년 3월 55%에서 올해 3월 22%로 낮아졌다.

금을 자국으로 옮기는 것은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고 국가 간 신뢰가 약화되면서 기존 체제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샤오카이 판 WGC 중앙은행 부문 총괄은 “지정학적 우려와 함께 언제든 필요할 때 보유 금에 완전하게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본국 송환과 보관처 다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우려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중앙은행들이 이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드시 금을 본국으로 모두 이전하지 않더라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곳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최근 금 장외거래(OTC) 청산 시스템 구축과 함께 중앙은행 전용 금 보관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패밀리오피스와 일부 투자펀드에 적용되던 실물 금 투자 세제 혜택의 5% 상한도 폐지할 예정이다. 간 킴 용 싱가포르 부총리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 생태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수요와 글로벌 유동성을 연결하고 아시아 거래 시간대의 시장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 본국 송환 흐름에도 기존 금 거래 체계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FT는 “런던 금시장의 하루 거래 규모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금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영국이 금 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배적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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