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이란과 북한, 대만으로 본 무기 판매의 국제정치학
2026.06.16 23:33
군사 교류의 연결망과 주고받는 협상 카드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한국 대사관보다 규모도 크고 위치도 좋다. 파견 인원도 전 세계 북한 대사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란과 북한의 외교 관계가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이란도 평양에 상주 대사관을 운영한다. 평양은 무신론으로 종교를 배격하지만 테헤란은 신정(神政) 체제로 상극이다. 하지만 반미 연대로 결속했다. 양국은 테러 지원국으로 오래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그 후 이란 정부는 반미를 앞세워 북한과 밀착했다. 1980년 시작된 이라크와의 8년 전쟁 동안 이란은 북한에서 26억달러어치 무기를 지원받았다. 이란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서 화성 5호 미사일 100기를 수입했다. 미국의 제재로 고립무원의 이란은 북한산 무기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지탱했다. 이때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와 평양 지도부는 특수 관계로 전환했다.
1989년 5월 하메네이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회담했다. 2010년 북한은 이란에 대포동 2호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다. 테헤란은 원유 공급 대가로 평양에서 기술과 부품을 전수받아 화성 5호의 이란 버전인 샤하브-1을 개발했다. 2013년 이란 과학자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참관했다.
이란의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과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는 양측 거래 창구 역할을 했다. 북한은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SLV)의 발사 실험에 쓰이는 밸브, 전자 부품, 계측 장치를 남포항에서 선적해 이란으로 운송했다. SHIG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평양에서 로켓 추진체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기지, 각종 지하 시설과 터널 등 북한의 방공망 인프라 건설을 벤치마킹했다. 최근 이란의 방공망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10주 이상 막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란 원유와 북한 무기는 양측이 반미 연대를 고리로 47년째 밀착하는 수단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의 마지막 보루인 대만관계법을 협상 카드로 흔들었다. 사전 협상에서는 보잉 항공기(Boeing), 대두(bean)와 소고기(beef) 등 3B 품목에서 중국의 구매를 압박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관세(tariff), 기술(technology)과 대만(Taiwan) 등 3T로 맞서자 트럼프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1982년 발표된 대만에 무기 판매 시 중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6개 보장(six assurances)’을 유보할 수도 있다는 패를 내밀며 시 주석을 유혹했다. 트럼프는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승인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현재 일시 보류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대만에 약 111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최근 무기 판매 규모 중 최고 액수다. F-16 전투기 부품 및 서비스,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Link 16) 등이 포함됐다. 대만의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억지 목적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격분했다.
올해 들어 미국은 대만에 14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추가 무기 판매를 검토 중이다.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과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등 4개 시스템이다. 미 해군은 무기 판매가 “이란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을 확보하기 위해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타이페이는 미국의 변심으로 패닉 상태다.
미국은 작년부터 이란 드론에 중국산 모터, 배터리,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이 들어간다는 첩보를 확보했다. 러시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부품도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미 재무부는 미·중 정상회담 직전 이란에 무기 및 부품을 공급한 중국, 홍콩 개인과 기업 10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와 무기 지원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이란 간 무기 거래 차단에 신경을 썼다. 레버리지로 대만 무기 판매 카드를 흔들었다.
최근 이란이 조기에 군사력을 복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의 무기 지원이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국이 이란에 미사일 제조 부품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반박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위협에도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 무기 거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중국 및 북한을 둘러싼 4자 간 신경전은 치열하다.
이란 전쟁은 끝물이다. 트럼프는 서서히 호르무즈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토마호크 및 사드 미사일 재고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유가 급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도 절박해졌다. 미국은 장기전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 출구 전략이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잊고 김정은과의 회담으로 방향 전환에 주력한다. 60일간의 휴전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 합의보다 좋은 핵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당한 선에서 매듭을 짓고, 중국에는 3B 품목, 대만에는 21조원 상당의 무기 판매가 11월 중간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백악관의 전략이다.
지난주 평양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에 군복을 입은 양측 국방부장 배석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친러로 기울어진 외교·국방 시계추를 친중으로 원상 회복하는 측면과 함께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간 군사 기술 이전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란 전쟁이 가르쳐준 교훈은 무기 거래의 은밀한 연결망과 외교 관계에서 주고받는 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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