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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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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재선거?…서울시장의 경우 해당 안돼

2026.06.17 08:42

[표지이야기]선거 책임론, 양당 대표의 ‘회피 기동’
‘부정선거론’에 SOS 보내거나 “정권은 짧다” 복선 깔거나… 당의 미래에 부담 전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2026년 6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난리다. 재선거에 대한 법원 판례는 명확하다. 선거무효로 인한 재선거의 경우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어야 하고, 그 위반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규정 위반은 분명해 보이지만, 당락을 바꿀 정도였느냐는 선거구마다 사정이 다른데, 서울시장의 경우는 해당 없어 보인다.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무리인 재선거를 판사 출신의 정치인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만 봐선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장 대표가 일종의 자구책으로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패배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 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판례’ 무시하는 판사 출신 장동혁


 

일부 언론은 ‘순수한 2030이 주도하는 비정치적 시위’ 등의 개념으로 미화했으나, 올림픽공원 시위의 정치적 본질은 명확해 보인다. 그것은 ‘참정권 훼손’에 대한 항의에 더불어 이에 침묵하는(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정권 및 더불어민주당의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고 증명하기 위한 보수 유권자들의 시도다. 이재명 정권이 친중·친북이며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장악해 독재를 시도한다는 인식은 이미 인스타그램·스레드 같은 소셜미디어, 기독교 단체와 일부 교회 등 극우 담론 네트워크를 통해 보수 유권자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시위 참가자의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담론 구조에 이미 익숙한 상태라고 본다. 편향적 현실 인식을 가진 강성 지지층을 동원하는 정치로 일관해온 장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이때에 이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통할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핵심 접전지에서는 승리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 자력으로 살아 돌아온 인사들을 보면, 장동혁 대표 체제를 반대하거나 마찰을 빚은 이력을 갖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국민의힘이 더 중도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유권자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장 대표는 사실상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사전투표 폐지까지 주장한다. 중도적 유권자 집단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태도다. 국민의힘이 선거 이후에도 ‘장동혁 노선’을 유지한다면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봐야 한다.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힌트다. 국민의힘은 당권파에 속하는 정점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여전히 국민의힘은 영남 중심의 주류가 주도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다만 응집도는 예전 같지 않다. 결선투표까지 간 끝에 상대인 김도읍 의원을 7표차로 눌렀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원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심상찮다고 본 것인지 정점식 의원은 장 대표의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동훈 의원의 복당은 더 민감한 쟁점이다. 복당과 더불어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면 보수정치의 재편 가능성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금의 기조를 총선까지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 크다. ‘오세훈-한동훈-이준석 연대’는 보수 일각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거론하는 그림이다. 정작 한 의원은 복당에 대해 말을 아낀다. ‘시간은 내 편’이라는 걸까? 이런 정황을 묶어보면 장동혁 체제 붕괴와 보수 재편은 시간이 걸릴 뿐, 예정된 미래 같다.

물론 대안적 보수의 언어가 지금 수준이라면, 보수 재편의 결과물은 ‘계엄 선포 안 한 윤석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는 그것만으로도 ‘보수 혁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문제를 포함한 정권 차원의 혁신이 있지 않다면, 이번 시위에 나선 유권자는 정권 응징 차원에서 ‘재편된 보수’를 향한 적극적 투표로 화답할 것이다.

 

노선보다 말이 지배할 민주당 전당대회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6월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여당도 비슷한 전환기적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늘 그랬듯 장시간 여러 질문에 답했다. 답변 중에는 민감한 종류의 것도 포함됐다. 여의도 주변에선 대통령이 핵심 접전지 패배에 여당 지도부의 책임이 있고, 따라서 정청래 대표의 연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해석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 정 대표가 아닌 경쟁자 김민석 총리를 불러 ‘정청래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청와대는 이 해석이 일파만파 퍼진 이후에야 정치적 의미는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정 대표 쪽은 이런 해석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비토’하는데도 연임 도전을 강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일이다. 정 대표 입장에선 어떻게든 대통령 발언을 재해석하면서 선거 책임론도 덜어내야 한다.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대통령의 시도를 윤석열 시절의 그것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이지은 대변인이 사퇴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 것은 이 맥락이다.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말 한마디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는 말이나 태도보다는 노선을 겨루는 장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당무 개입’ 등의 논란을 무릅쓰고 뜻을 분명히 한 배경에는 이 지면에서도 수차례 다뤘던 통치 책임성을 고려한 중도 확장이냐, 기득권을 상정한 비타협적 개혁이냐의 노선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며 창과 그릇의 비유를 든 것은 이 맥락을 가리킨다. 전당대회의 과정과 결과가 단지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권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아닌, 집권세력의 책임 있는 변화를 위한 진통으로 유권자에게 인식돼야 ‘이겨야 할 곳에서 이기지 못한’ 이번 선거가 재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은 이런 노선 경쟁의 전선을 흐리는 요소 중 하나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재확인했고 공소취소는 이유가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론을 말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로 보면 문제적이다. 첫째, 대통령의 통치 책임성에 근거한 중도 확장 노선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여당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또 선명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 “결국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가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공격에 스스로 노출된다. ‘대통령이 스스로 자기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인식은 앞서 보수 유권자의 인식을 논할 때 언급한 ‘이재명 독재’ 세계관의 중요한 연결고리 중 하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유럽 순방길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026년 6월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소취소’ 전향적 태도 필요한 대통령


 

대통령이 “신경 써주는 것은 고맙지만, 더 이상 내 사건 문제로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공교롭게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유권자의 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도 이 문제라는 지적이 그간 있었다. 대통령의 노선을 완성하고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해봤으면 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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