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12. 윤종욱 인제읍 하추리 이장
2026.06.17 00:06
영농조합법인 운영 수익·일자리 창출
도리깨축제 지속 개최 주민 화합 도모
나홀로 여행·외국인 산촌체험 등 인기
2022년 행복농촌만들기 대통령상 영예
윤 이장 마을 성장 주도 공로 군민대상
- 수해와 마을의 '진화'
2006년 인제에 대형 수해가 발생했다. 이때 하추리도 도로가 파손되고 학교 운동장이 모래밭이 될 정도로 황폐화됐다.
위기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명품산촌마을 만들기 사업 태동은 박재균 전 이장의 몫이었다. 그는 새농촌건설운동을 통해 수해복구에 총력을 쏟았다. 하추리산촌마을의 근간이 되는 마을공동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김재노 전 이장이 마을 업그레이드를 본격화해, 윤종욱 이장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윤 이장은 인구감소특별지원사업비 15억원으로 숙박시설을 만들었다. 60~8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통해 2019~2021년 카페하추리를 마련했다. 이 시기에 마을사업은 흑자로 전환했다.
- 마을 일자리 창출
예전에는 화전이 대부분이라 잡곡을 먹었지만 이제는 잡곡이 마을 주수입원이 되고 있다. 윤종욱 이장은 하추리영농조합법인·카페하추리 등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윤 이장은 농업인이다. 벼농사와 옥수수, 고추농사를 한다. 마을 주민들은 잡곡 농사를 많이 짓는다. 하추리 '도리깨 잡곡'이다. 영농조합법인은 잡곡 수매가를 농협보다 30% 더 준다. 윤 이장은 "잡곡 수매를 통해 마을 주민에 대해 간접적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 131가구 205명의 주민들은 농업 30%, 펜션·민박 30%, 임산물 채취 10%, 마을 밖 일자리 30%로 생업을 삼고 있다.- 주민 화합 최우선
13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추리 도리깨축제는 주민 화합 마당이다. 마을 자부담으로 하추리 잡곡축제를 2년 정도 했다. 농식품부 지원을 받는 축제로 도리깨축제로 명칭을 변경해 6년간 진행했다. 이후 2023년부터 인제군의 지원을 받아 축제를 하고 있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다운 축제를 지향한다. 이틀간의 축제 중 첫날은 방문객을 위한 행사 위주이지만 둘째날은 주민 화합잔치로 치러진다. 2025년에는 첫날 방문객 800여명이 몰렸고, 이튿날 주민 200여명이 모여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축제의 백미인 도리깨 공연에는 공연자 33명과 풍물패, 기수, 소리 등을 포함해 최하 50명의 주민이 참여한다. 인제 하추리 도리깨질 소리는 인제군 대표로 강원민속예술축제에 2회 출전했고,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 체험은 가족단위 방문객등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궁이 가마솥 밥짓기는 성냥으로 관솔에 불 붙여 불 때고 마을에서 불려놓은 쌀로 밥을 지어 두부, 쌈장, 쌈채소 등과 곁들여 맛 볼 수 있다. 누룽지도 먹고, 가을이면 남은 불에 감자, 고구마를 구워먹는다. 마을에는 500평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공차며 뛰어놀고 부모들은 여유롭게 차를 마신다.
자발적 고립, 혼자하는 산촌여행도 매력적이다. 2박3일간 1인 1실의 숙소에서 밥상을 혼자 받고 마을 버스로 주변의 명소와 맛집을 탐방한다. 계절마다 코스가 다르다. 여름 코스는 하추자연휴양림, 한계령 드라이브, 장작불 가마솥 밥짓기, 자작나무숲 이야기투어, 캠프파이어 & 별 보기, 하추리계곡 물멍, 팜파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번의 프로그램에 많으면 10명 정도가 참여한다.
하추리 산촌체험은 외국인들의 인기도 높다. 인제군은 '대한민국의 스위스'를 지향한다. 공교롭게도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스위스 청소년 200명이 하추리에서 2박3일씩 3팀으로 나눠 가마솥 밥짓기 등 한국 농산촌을 체험했다. 귀국한 청소년들이 음식 등이 좋았다는 사실을 현지 신문에 알렸고 기사화 되기도 했다. 2027년 가톨릭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의 방문·체험도 예정돼 있다.
- 고령화의 위기와 또다른 기회
마을은 고령화됐다. 65세 이상 가입 가능한 노인회 회원은 100여명이다. 70세 미만이 가입하는 청장년회는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윤종욱 이장의 고민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현재 유지는 되지만 이어받은 젊은세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젊은 인재 3명이 마을에 상주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윤종욱 이장은 예전부터 '모여사는 삶'을 꿈꿔왔다. 아픈 노인, 독거어르신 등이 함께 살 수 있는 실버타운 같은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마을 내 옛 군부대시설인 '능금더기'는 하추리 4반이 있던 곳이다. 군사시설이 들어서며 주민들은 내몰렸고 현재는 방치돼 있는 공간이다. 활용 가능한 땅은 3만평에 달한다. 이곳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싶어도 국방부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 고심이 깊다.
하추리 마을은 명성에 걸맞게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하추리마을은 2022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분야 대상을 받았고 전분야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국 2440개에 달하는 도전 마을 중에서 거둔 성과였다. 윤종욱 이장은 "당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정말 놀랐다"고 했다. 발표와 현장방문 등으로 철저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쳤다고 했다. 마을은 2025년에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농산어촌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상에 선정됐다.
윤 이장은 2024년 인제군민대상을 수상했다.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농어촌 융복합산업 활용 등을 통한 일자리·소득 창출, 소규모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 마을 성장을 주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2025년 강원도 '이통장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농촌 융복합산업으로 마을 일자리·소득 창출을 이룬 공적을 인정 받은 것이다.
윤종욱 이장은 "마을사업이 잘 되는 것은 이장이 잘 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기 때문이다"라며 "마을엔 아직 옛날의 '부역'이 살아있다"고 했다. 이어 "서로 돕고 위로해 주고 신뢰를 보내준다"며 "이장에게 민원을 넣거나 딴지를 거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또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동명 기자 ldm@kado.net
강원도민일보·도이통장연합회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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