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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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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학생·커지는 학력격차…‘출석률’만 세계 최고인 한국교육

2026.06.17 06:02

“학교 꼭 가야지”…장기결석률 2.0%로 OECD 최저
학생 10명 중 3명 수업시간에 잠들고 학업중단 증가
상위권·하위권 동시에 두터워지는 ‘학력 양극화’ ↑
챗GPT 생성 이미지.
우리나라 학생들의 장기결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슨일이 있든 웬만하면 학교에 가는 학생이 대부분이란 뜻이다. 다만 학업성취 기준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의 학습격차가 벌어지고 수업 중 수면을 취하는 학생이 10명 중 3명가량 되는 등 수업에 대한 참여도나 성취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표준화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현행 공교육 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분석 및 OECD의 ‘매일이 중요하다(Every Day Counts)’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를 3개월 이상 결석한 학생 비율 기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핀란드(3.4%), 포르투갈(3.7%)의 결석률이 낮았으며 OECD 회원국 평균 장기결석률은 7.6%로 한국 대비 4배 가까이 높았다.

이같이 한국의 높은 출석률에 대해 KEDI는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출석은 오랫동안 학업의 기본으로 간주돼 왔으며 학교에 빠짐없이 나오는 것 자체가 성실한 학습 태도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다”며 “가정과 학교 모두 출석을 학업 수행의 기초 전제로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규범적 토대 위에 한국은 학생이 학업을 지속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교육 및 제도적 노력을 축적해 왔다”고 진단했다. 즉 학교는 무조건 가야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학생의 등교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까지의 교육 관행이 이 같은 높은 등교율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같은 높은 출석률이 이른바 ‘학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석률은 학교에 머문 시간을 측정할 뿐 실제 학교에서 학습이 이뤄졌는지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학자 프레드릭스는 2004년 논문을 통해 출석은 ‘학생이 학교라는 공간에 신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반면 참여는 ‘학생이 수업 활동에 행동적·정서적·인지적으로 관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학교 출석과 학습 참여를 구분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준 하에 현행 사교육 통계나 학업성취도만 놓고 보면 한국 학교는 출석률은 높지만 질적 참여는 낮은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23년 교육부가 실시한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27.3%에 달했으며 ‘수업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라고 답한 학생도 19.2%를 기록했다. 학교에서 학생 절반가량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딴짓을 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75.7%에 이르는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7.1시간에 달하는 사교육 투입 시간 때문에 일부 우등생 학생에게는 학교 수업이 따분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다만 학원 수업 보충 없이는 학교 학습을 따라가기 힘든 학업능력 부진 학생도 상당한 만큼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알맞은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선 중·고교가 수업 부문에서 만큼은 학생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 항목 중 교우관계 만족도(71.6%), 교사와의 관계 만족도(65.3%)는 높은 반면 전반적인 학교생활 만족도(57.3%)나 교육방법에 대한 만족도(50.3%)는 크게 낮았다. 학교 수업의 내용이나 방법이 교우관계와 달리 학교생활 만족도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한국 학생의 수업 흥미가 낮다는 점은 ‘국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과학 성취도는 참여국 중 최상위권인 반면 해당 교과에 대한 흥미·자신감·가치 인식은 국제 평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학생들은 학습과 관련한 성취는 높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매우 낮은 셈이다.

고교 학업중단율 수치를 보면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아닌 ‘내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드러난다. 고교 학업중단율은 2020년 1.1% 이후 2021년 1.5%, 2022년 1.9%, 2023년 2.0%, 2024년 2.1%로 5년 연속 상승했다. 무엇보다 자퇴 사유 중 검정고시 준비나 대안교육 등을 포함하는 ‘기타’가 68.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내신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대입 정시에 ‘올인’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퇴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부적응’(14.4%), ‘해외 출국’(8.4%), ‘질병’(6.5%) 등의 사유는 소수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학업중단 고교생이 1학년에 집중돼 있어 수시전형 확대, 내신 경쟁 압박 등이 맞물리며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고1 학생들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 정시로 대입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 출신은 2022학년도 1만4277명에서 2026학년도 2만2355명으로 57% 증가했으며 전체 응시자에서 검정고시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학년도 2.8%에서 2026학년도 4.0%로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입시를 매개로 왜곡된 학교의 기능 △학습 역량 뛰어나거나 떨어지는 학생 모두에게 외면받는 획일적 교육과정 △의미 없는 시간 지속으로 형성된 학습동기 소진 등을 이유로 꼽았다.

무엇보다 한국의 학생간 학습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KEDI의 202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학 성취도 총분산 중 ‘학교 내 분산 비율’이 98.1%를 차지해 OECD 평균(68.3%)을 크게 상회한다. 분산 비율이 높다는 것은 학생 간 학업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학교 간 성적 차이를 나타내는 ‘학교 간 분산 비율’ 역시 40.3%로 OECD 평균(31.6%)을 웃돌았다.

특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3년 4.5%에서 2022년 15.0%로 3.3배 증가한 반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 한국 학생의 수학 상위 성취 비율은 22.9%로 OECD 평균인 9%의 약 2.5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 교육은 외견상 고교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학교 간 격차’와 ‘교실 내 양극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적 분화 구조”라며 “이처럼 하위권과 상위권이 동시에 두터워지는 극단적 학력 분화 속에서 동일 교과서와 동일 진도로 운영되는 표준화된 공교육 수업이 양극단의 학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학습 동기가 소진되는 근본 원인에 대해 “한국에서 학습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활동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되고 경쟁하는 활동에 가깝다”며 “상대평가에 기초한 내신 등급은 물론 선행학습 및 사교육 경쟁은 학습 목적을 ‘얼마나 성장했는가’에서 ‘누구보다 앞섰는가’로 바꾼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학생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이는 반면 상위권 학생에게는 학습이 성장의 경험이 아니라 등급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며 “이에 따라 학습은 그 자체로 추구할 만한 의미를 잃고 학습 동기는 서서히 소진되며 결국 ‘정서적 이탈’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학습을 성장의 경험이 아니라 비교와 경쟁의 장으로 만드는 틀이 지속되는 한 학습 동기 소진은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내는 산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존 교육 정책이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고 학업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정책의 초점이 ‘학생이 학교에서 실제로 학습하고 성장하는가’로 확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탐구·협력 기반 수업, 진로 연계 교육, 학습자 수준별 맞춤 수업 등이 논의돼 왔지만 현행 입시 구조 및 평가 체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내신·수능 등의 평가를 상대적 서열 산출에서 학생 성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한편 학생의 다양한 성장을 반영하도록 대학 선발 방식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수업을 개념 전달 중심의 강의식에서 토론·프로젝트·협력 학습으로 전환하는 한편 독서·성찰·탐구처럼 스스로 사고를 키우는 활동의 학습적 가치를 회복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학생 관련 통계가 출석·학업중단·등급 같은 결과 지표에 집중돼 있고 학교 안에서 학생이 실제 학습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행동적 참여(수업 중 집중·과제 수행) △정서적 참여(흥미·소속감) △인지적 참여(자기주도적 학습·메타인지)를 교육 지표로 만들어야 한다는 한다는 것이 KEDI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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