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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수칼럼] 생명보험은 부채 비즈니스다

2026.06.17 06:43

투자손익이 덮은 생보사 호실적 그늘
CSM 성장에 가려진 예실차손실 증가
보험손익·CSM·예실차손익, 균형 중요
자본시장이 요란하다. 1년 남짓 단기간에 코스피가 3배 가까이 오르고 상승의 정점에 다다를수록 변동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주도 섹터에 운 좋게 올라탄 경우는 성장의 기쁨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극단적 양극화로 허탈감에 빠진다. 2026년 5월 삼성생명은 2017년 12월 이후 8년여만에 시가총액 기준 금융 대장주 자리를 되찾았다. 한때 KB금융에 20조원 이상 뒤지던 시가총액이 2026년 6월 현재 77조원으로 20조원 이상 앞서고 있다.

생명보험사 호실적, 투자손익 착시
생명보험사 1분기 실적도 주식시장 호황 덕에 나쁘지 않았다. 보험사 전체 순이익은 4조48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96억원, 9.5% 증가했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2조37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40.6% 늘었다. 손해보험사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부담으로 실적이 주춤한 것과 달리 생보사는 투자손익 개선으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2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1% 증가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1조 1421억원으로 62.3% 늘었다. 업계 2위 한화생명도 연결 기준 순이익 3816억원으로 29.0% 증가했고, 별도 기준 순이익은 2478억원으로 무려 103.2% 늘었다.

겉보기 숫자로는 탁월한 성과다. 하지만 내용은 밝지 못하다. 보험사 이익은 크게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으로 나뉜다. 보험손익은 고객에게 보험을 팔면서 위험을 인수하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본업의 성과다. 투자손익은 장기간 부채로 잠겨 있는 고객 보험료를 운용한 결과다. 올해 1분기 생보사의 호실적은 본업인 보험손익이 아니라 투자손익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호실적의 얼굴은 보험이었지만 손익계산서의 실체는 자본시장인 셈이다.

식어가는 생보사 본업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손익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2770억원보다 9.5% 줄었다. 겉보기에는 감소 폭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별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본업의 세부 내용을 따져보면 이익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손익은 3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2980억원보다 2.1% 늘었고, RA(위험조정) 환입도 860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신계약 CSM은 848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 증가했고, 보유계약 CSM도 13조6000억원으로 연초보다 4000억원 이상 늘었다. 건강보험과 종신보험 중심의 보장성 보험 판매가 확대되는 긍정적 모습이다. 장래 이익 원천인 CSM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 경영관리 역량이 드러나는 예실차가 문제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사전에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한 보험금·사업비의 차이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의 예실차는 810억원 손실로 전년 동기 60억원 손실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560억원이고, 사업비 예실차는 250억원 손실이다. 보험금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나갔고 사업비도 더 지출했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의 관리 능력과 보험부채 규모에 비하면 과도한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이 지표는 보험사의 본질적 경쟁력을 묻는 대목이다. CSM을 확보했더라도 실제 보험금과 사업비 관리가 예상을 빗나가면 보험사 이익의 안정성은 떨어진다. 신계약을 많이 팔아 CSM을 쌓는 것과 그 계약이 실제 유지되며 예측 가능한 이익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건강보험 중심의 영업은 초기 CSM을 키우는 데 유리하지만 손해율과 유지율 관리에 실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예실차 부담으로 부메랑이 된다.

한화생명은 상황이 좀 더 좋지 않다. 1분기 보험손익은 6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예실차 손실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같은 기간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49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커졌다. 보험사 본업 수익성은 신계약 성장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CSM은 6109억원으로 25.1% 증가했고, 보장성 APE(연납화보험료)도 7003억원으로 1.8% 늘었다. 보유계약 CSM은 8조9210억원이며, 설계사도 3만7646명으로 700여 명 증가했다. 이 모두 성장을 확인하는 지표지만, 동시에 비용과 유지율·손해율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보험금 지급률, 설계사 수수료, 신계약비, 유지율, 해지율뿐 아니라 이들 지표를 생성하는 가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손익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1분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보험손익 감소는 그 크기에 상관없이 단순한 일시적 비용 증가로만 볼 수 없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 이익은 단지 '팔았다'가 아니라 '예상대로 유지되고 예상대로 지급됐다'로 평가돼야 한다.

보험이 아닌 시장이 벌었다
삼성생명의 1분기 투자손익은 1조1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4762억원보다 무려 132.4% 늘었다. 보험손익 2512억원의 4배 이상이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은 보험사보다 자산운용사에 가깝다. 본업보다 부업을 더 잘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자수익은 1조134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배당금 수익은 6540억원으로 29.5% 늘었고 처분손익은 전년 동기 310억원 손실에서 4480억원 이익으로 돌아섰다. 금산법(10% 룰) 준수를 위한 삼성전자 지분 처분익(1조2000억원) 영향이 컸다. 자회사·연결 효과도 4990억원으로 36.5% 늘었다. 삼성전자 특별배당(1000억원), 삼성카드·삼성증권 배당 (3380억원)과 연결효과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삼성생명의 강점이자 약점인 계열사 지분과 배당이 손익계산서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보험사의 본업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자본시장, 계열사 실적, 배당정책,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투자손익도 2419억원으로 437.6% 증가했다. 보험손익이 40% 이상 줄었지만 연결 순이익이 29% 늘어난 것은 투자손익이 공백을 메워줬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자산운용 전략을 잘 세워 투자손익을 끌어올린 것은 충분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 장기 부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은 생보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금리·주가·배당·자산처분익에 의존한 실적으로 보험 본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보험사 성적표가 고객 보장과 위험률 관리가 아니라 자본시장 가격과 배당금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됐다면 그 성과는 크게 할인돼야 한다.

보험사 평가 기준 달라져야
IFRS17과 K-ICS 체제에서는 당기순이익 하나만으로 경영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적어도 네 가지를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 첫째는 신계약 CSM의 규모와 질, 둘째는 보유 CSM의 안정적 증가 여부, 셋째는 예실차 관리 능력, 넷째는 투자손익의 반복 가능성과 자본 변동성 관리 역량이다.

삼성생명은 신계약 CSM 8486억원, 보유 CSM 13조6000억원이라는 강점에도 예실차 손실 810억원은 따져봐야 할 지표다. 보험금·사업비 예실차가 동시에 악화됐다는 점은 손해율·유지율·비용관리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투자손익 1조1065억원이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그 안에 특별배당과 처분손익이 포함된 점은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장기 보험부채를 가진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투자손익이 본업의 약화를 덮는 순간 착시가 나타난다. 보험사 CEO 역할은 단기적 순이익을 키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보험 계약을 선별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팔고 예측 가능한 손해율을 유지하며 자본규제 안에서 장기 수익성을 지키는 것이 보험사의 본업이다. 좋은 보험사는 자본시장이 좋을 때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다. 시장이 흔들려도 보험손익이 버티고 투자손익이 보완해 자본이 훼손되지 않는 회사다. 순이익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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