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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2026.06.17 00:38

권남영 문화체육부 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이 전 세계인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너도나도 TV 중계 화면 앞으로 모여든다. 4년 만의 축구 축제에 들뜬 마음을 한층 고무시킨 건 개막식이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은 예상만큼 화려했다. 아즈텍 전통과 현대 문화를 아우른 황금빛의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눈을 즐겁게 했다. 샤키라, 버나 보이 등 세계적 뮤지션들의 흥겨운 무대에 이어 본선 진출 48개국의 국기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윽고 경기장 한가운데 한복을 연상케 하는 푸른 드레스 차림의 이재가 섰다.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였다. 이재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인 OST ‘골든’을 작곡하고 불러 글로벌 스타가 된 주인공이다. 그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리아 보첼리와 함께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를 불렀다. 직접 작사한 한국어 가사까지 넣었다.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

해외 개최 월드컵 개막식에서 한국어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직전 대회인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선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한국 가수 최초로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 무대를 펼쳤으나 영어 곡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이재는 “한국을 대표해 이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린 월드컵 개막식에 K팝 가수가 출연한 건 글로벌 주류로 들어선 한국 문화의 명실상부한 위상을 재확인한 계기다.

덕분에 월드컵 시즌마다 새삼 가슴에 일렁이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다소 일찍 불이 붙었다. 월드컵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공통분모로 형성되는 연대감과 소속감, 애국심이 절절히 끓어오르는 축제의 장이다. ‘우리 편’이라는 끈끈함으로 함께 웃고 울고 환호하며 대표팀을 응원하는 그 순간만큼은 놀랍게도 지역색·정치색마저 잊은 채 온 국민이 하나가 된다.

우리는 고작 4년 주기로 끄집어내는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타국에 정착해 삶을 일군 교포들이다. 가령 한국 사랑이 가득한 ‘케데헌’을 만든 주역들이 바로 교포였다. ‘케데헌’을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지난 4월 국내 기자회견에서 “교포에 대한 오해가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고 해서 한국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에 성장 환경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케데헌’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 아내의 영향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아내와 20여년간 살면서 한국인을 이해하게 됐다”는 그는 “한국인의 삶에는 자부심과 강인함, 결속력이 있다. 그것을 영화에 담아내 기뻤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최근 한 방송에서 당초 ‘케데헌’은 할리우드에서 투자조차 받기 어려웠는데 백인 남성인 아펠한스 감독의 합류로 높은 벽을 넘어 제작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골든’ 축하 무대 도입부에 국악 공연을 넣기 위해 주최 측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교포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살기 힘들고 팍팍한 나라’라며 자조하기 바빴던 지난날을 문득 반성하게 된다. 우리는 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단순히 ‘국뽕’을 품자는 게 아니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 때만 반짝 열광하는 애국심이 아니라 내 나라를 줄곧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모여 한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완성한 ‘케데헌’이 한국을 글로벌 아이콘 반열에 올려놓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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