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사 협조 거부하시라”…합참 법무실장, 계엄날 김명수 전 의장에 조언
2026.06.16 17:38
김 전 의장 “법무실장 조언 따라 조처” 반박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12·3 비상계엄 당시 합참 법무실장이 김 전 의장에게 ‘계엄사의 병력 이동 협조를 거부하고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합참 법무실장의 이 같은 조언이 있었던 만큼 김 전 의장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계엄 실행에 동조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전 의장 쪽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무실장의 조언에 따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군령권을 행사한 수도방위사령부와 육군특수전사령부를 제외한 군병력이 계엄에 휩쓸리지 않도록 부대 이동 등을 철저하게 통제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종합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시 박명재 합참 법무실장의 자필 메모를 확보했다. 해당 메모에는 “계엄임무 수행 군 이외의 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권 보유”, “지휘권 보유 부대에 대해 ‘경계태세 만전 기할 것’ 의장님 명의 성명 필요”, “계엄사령관의 병력 이동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거부 가능하고 거부할 것을 조언 드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합참 법무실은 국회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의 위헌·위법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은 자필 메모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다. 종합특검팀은 합참 법무실장의 조언을 받은 김 전 의장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수방사·특전사는 계엄사령부의 통제된 임무 우선 시행’ 등 내용이 담긴 단편명령을 발령했고 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강조하면서 계엄에 추가 병력 투입이 용이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김 전 의장 쪽은 단편명령 발령은 합참 법무실장의 자필 메모가 전달되기 전이었으며, 경계태세를 강조한 것은 합참에 지휘권이 있는 부대가 계엄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을 틈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내린 것이지 계엄에 동조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계엄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것을 조언한 합참 법무실장이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라”라는 성명을 합참의장이 발표해야 한다고 자필 메모에 적은 것 역시 경계태세 강화가 계엄 대비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것이 김 전 의장 쪽 입장이다.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비상계엄에 동원된 수방사·특전사에 대한 군령권이 김 전 의장에게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위헌·위법한 계엄이었기 때문에 김용현 전 장관의 군령권 행사는 효력이 없으며 당시 국회로 출동한 수방사·특전사가 계엄 임무 수행군으로 지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김 전 의장이 두 부대에 대한 군령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방사·특전사에 철수 명령 등을 내리지 않아 내란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수방사·특전사의 계엄 사무 우선을 명시한 단편명령을 내려 사실상 두 부대에 대한 군령권을 포기했으며 이같은 행위 때문에 김용현 전 장관의 불법적인 군령권 행사가 정당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장은 계엄 지휘 라인에서 배제되어 있었고 당시 김 전 장관이 직접 군령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방사·특전사에 철수를 명령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의장 쪽은 군사독재의 폐해로 민간인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왔는데, 군 최고위직인 합참의장이 민간인인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임의로 어기는 것은 ‘군의 문민통제’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는 의견을 법정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일단 김 전 의장 쪽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주된 범죄혐의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의 필요가 있고,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라며 김 전 의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정진팔 전 합참 차장과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의장은 계엄사령관에서 배제된 반면 정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 부사령관, 이 전 차장은 계엄사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계엄사 참여 여부에 따라 구속 여부가 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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