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인구 50만 카보베르데, 파울 딱 1개로 스페인과 비기다
2026.06.16 13:14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인구 50여만 명의 소국 카보베르데가 우승 후보 스페인과 비기며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보베르데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점유율은 26%, 슈팅 수는 4-27로 크게 밀렸다. 그러나 카보베르데는 촘촘한 수비 조직력과 골키퍼 보지냐(GD 샤베스)의 선방을 앞세워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버텨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스페인은 페란 토레스(바르셀로나), 페드리(바르셀로나) 등을 앞세워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에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라민 야말(바르셀로나)까지 투입했지만 끝내 카보베르데 골문을 열지 못했다. 카보베르데는 후반 막판 역습으로 결승골 기회를 만들 정도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서로를 끌어안았다.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골문 앞에 몸을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카보베르데의 페드루 브리투 감독은 “우리는 늘 모두가 우리나라와 우리 팀을 보게 만들고 싶다고 말해왔다”며 “오늘 우리는 조직력과 용기를 보여줬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회복력,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의지 말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카보베르데는 더 이상 생소한 나라가 아니다. 전 세계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보베르데 수비는 견고하고 촘촘했다. 페널티박스 주변에 8~9명을 배치하며 스페인 중앙 침투를 차단했다. 선수들 간격은 흐트러짐 없었고 뻥축구보다는 나름대로 기술로 스페인과 맞서보려는 자세도 돋보였다. 카보베르데가 저지른 파울은 딱 1개(스페인 10개)뿐이었다. AP통신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월드컵이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경기”라며 “이번 결과는 확대된 월드컵이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와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카보베르데의 수비를 “교과서적인 경기 운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보지냐는 40세가 돼서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 데뷔도 25세에야 했다. 앙골라와 몰도바,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등 유럽 변방 리그를 떠돌았고 현재도 포르투갈 2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2012년부터 카보베르데 골문을 지킨 그는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보지냐는 “나는 평생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며 “수많은 세대가 이날을 꿈꿨는데 이제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후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곳곳에서는 카보베르데 팬들의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인구 5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얻은 것은 승점 1점만이 아니었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며 카보베르데 국민에게도 작은 섬나라도 이같이 큰 무대에 설 자격이 있고, 세계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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