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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시원찮은 개미… 원인은 ‘잦은 매매’에 있었다

2026.06.17 02:11

[홍춘욱의 투자수업]

코로나 이후 ‘개인 투자자의 시대’
매수서 매도까지 평균 9.67일 불과
거래의 절반, 보유기간 3일도 안돼
자산 증식 아닌 ‘복권형 투자’ 탓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기관 투자자 위주로 짜인 ‘수급의 빈틈’을 정확히 찔렀기 때문이다. 1993년에는 미국 전체 상장 주식의 약 55%를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8년 그 비중이 30% 선으로 내려온 자리를 상장지수 펀드(ETF)와 글로벌 연기금 투자자들이 채웠다.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주 중시 경영의 흐름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임에 분명하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많은 지분을 가진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투기적 세력의 힘이 크게 빠지고 말았다. 과거에는 주식시장에 개인 자금이 유입되면 즉각 대규모 매도세가 출현해 가격 상승 압력을 상쇄하곤 했으나, 헤지펀드 등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세력. 즉 액티브 투자자의 세력이 약해지며 판도가 바뀐 것이다.

영향력 커진 개인, 큰 수익은 못 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기관화 장세가 출현했음에도, 개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훨씬 증폭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새로운 현금 1달러가 유입되는 순간 전체 주식시장의 가치가 3달러 이상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자금 유입이 주식시장에 강력한 상승 압력을 발휘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시장의 투자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 번째는 주가가 오를 때 더 사고 떨어질 때 파는 ‘추세 추종 투자자’다. 개인 투자자의 절대다수와 헤지펀드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그룹은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 등에 일정 비율로 투자하며, 1년에 한 번 정도 목표 비율을 맞추는 리밸런싱 매매만 하는 ‘자산배분형 투자자’가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워런 버핏처럼 주가가 폭락해 내재가치 대비 충분히 싸졌을 때만 참여하는 ‘가치 투자자’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붐이 경제를 바꿀 것이라 확신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에 나선 상황을 대입해 보자.

추세 추종 투자자들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스타일이므로 강세장이라고 판단될 때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 연기금 투자자들은 수년 전에 정해진 투자 비중을 지키는 수준의 소극적인 매매만 할 가능성이 크다. 가치 투자자들은 이미 2025년 4월처럼 주가가 폭락했을 때 주식을 매집해 둔 상태이므로, 주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관망할 것이다. 결국 새로 진입한 개인 투자자가 목표한 수량을 채우려면 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만 하며, 이렇게 한번 오른 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개연성을 갖게 된다.

이 대목에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니 투자 수익도 개선됐겠군”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2025년 한 해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사람의 비율은 10명 중 7명에 미치지 못했다. 2026년 1분기 조사에서도 수익을 낸 이는 10명 중 8명 수준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수익금은 848만 원에 그쳤다.

‘복권형 투자’에서 ‘가치투자’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가장 강력한 주가 상승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이 시원찮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잦은 매매’에 있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개인 투자자 17만명의 매매 거래 521만건을 분석한 결과, 개인들이 매수 버튼을 누른 후 다시 매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67일에 불과했다. 심지어 전체 거래의 절반가량은 보유 기간이 채 3일도 되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왜 이토록 조급하게 매매를 반복할까? 대만에서 발표된 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복권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 당첨금이 5억 대만 달러를 돌파하는 날,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거래량이 급감한 종목들을 보니, 주가는 낮으면서 등락폭이 큰 이른바 ‘복권형 주식’들이었다. 복권이라는 더 거대하고 자극적인 도박판이 열리자, 주식시장에서 대박을 노리던 이들이 일제히 그곳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즉 많은 개인에게 주식 투자는 자산 증식이 아닌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나 도박’이었던 셈이다.

오랜 기간 한국 주식시장이 세계 최저 수준의 배당만 지급하고,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물적분할 등을 통해 개인 주주를 소외시켰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단기간 큰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되는 복권형 주식에 투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과 반도체 등 주력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개선, 그리고 개인 자금 유입에 따른 강력한 주가 부양 효과가 확인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까지 배당 수익률의 개선은 시원찮지만, 우리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복권’이 아닌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공유’로 바라보는 투자 패턴의 전환을 이뤄냄으로써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을 변화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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