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선] 프랑스 앞에 다시 선 세네갈…24년 전 월드컵 악몽이 깨어난다
2026.06.16 13:44
프랑스와 세네갈이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 두 팀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내일 오전 4시에 열린다. 단순한 첫 경기라고 보기에는 두 팀 사이에 남아 있는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당시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는 월드컵 첫 출전국 세네갈에 0-1로 패했다. 파파 부바 디오프의 결승골은 세네갈 축구의 출발점이 됐고, 프랑스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았다.
당시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우승, 2000년 유럽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강팀이었다. 지네딘 지단은 부상으로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 등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세네갈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오른 팀이었다. 그러나 축구는 이름값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날 전 세계가 확인했다. 프랑스는 주도권을 잡고도 결정력을 살리지 못했고, 세네갈은 빠른 전환과 강한 집중력으로 거대한 이변을 만들었다.
그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프랑스는 이후에도 분위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우승 후보'라는 수식어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2002년 대회는 프랑스 축구사에서 가장 뼈아픈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됐다. 반대로 세네갈은 8강까지 오르며 아프리카 축구의 가능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2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프랑스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 전력을 보유한 우승 후보이고, 세네갈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이변의 후보로만 볼 수 없는 팀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앞세워 조직력과 피지컬,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2002년의 승리가 '기적'이었다면, 2026년의 세네갈은 프랑스를 상대로도 정면 승부를 걸 수 있는 팀이 됐다.
프랑스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첫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복수라는 표현을 경계하고 있지만, 월드컵의 기억은 종종 현재의 경기장 위로 되살아난다. 첫 경기에서 흔들리면 조별리그 전체 흐름이 꼬일 수 있다는 점도 2002년과 닮아 있다. 반대로 프랑스가 세네갈을 꺾는다면, 과거의 악몽을 끊고 우승 후보로서의 출발을 알릴 수 있다.
세네갈에는 또 다른 상징성이 있다. 2002년 당시 선수로 함께했던 파프 티아우가 이번에는 감독으로 프랑스를 상대한다. 선수 시절 벤치에서 지켜봤던 역사적 승리를 이제는 지휘봉을 잡고 다시 마주하는 셈이다. 세네갈 축구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자신감으로 프랑스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더욱 흥미롭다.
결국 관건은 프랑스가 경기 초반부터 얼마나 냉정하게 흐름을 잡느냐다. 2002년의 프랑스는 이름값에 기대다 세네갈의 속도와 투지에 당했다. 2026년의 프랑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악몽은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세네갈이 또 한 번 첫 경기의 균열을 만들어낸다면, 24년 전 한일월드컵의 장면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역사로 되살아날 것이다.
포인트경제 박진우 기자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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